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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Aug 12. 2019

ep4. 춤을 배우는데 스페인어 따윈 필요 없어!

한 달간의 콜롬비아 칼리 살사 여행


"깜비오~!!"

 검지 손가락 하나를 피고 머리 위로 팔을 높이 든 채 동그랗게 빙빙 돌리며 강사가 외쳤다. 우리는 자연스레 파트너를 바꾸고 다시 음악에 맞춰 춤을 이어간다. 


스페인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나도 깜비오라는 말은 알고 있었다.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고받은 영수증에는 'CAMBIO'라고 쓰여있는데 그 옆에 내가 받은 거스름돈이 적혀 있다. 자연스레 이 말은 거스름돈을 의미하는 것이라 인지하게 되었다.  


*cambio
1. 변화, 변경 2. 교환 3. 교체, 교대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느는 것은 눈치뿐이라 스페인어를 못 알아듣더라고 춤을 배우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물론 강사의 동작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눈이 조금 뻐근하긴 하지만.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라 한참 수업을 진행하다가도 강사는 우리를 바라보며 "Comprender?"하고 물어봤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무조건 'No'를 외쳤더랬다. 서로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수업을 이어나갔다. 


또 물어본다. 

"Comprender?"

"NO no no~~" 이번엔 손사래를 치며 외쳤다. 


우리에게 뭘 물어볼 게 있겠나 싶어서 노를 외쳤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뜻을 알려주었다. 그 말은 '이해했어?'라는 뜻이었다. 의미를 알고 나니 볼이 조금 화끈해졌다.


"쏘리, 빼르동, 미안 미안~" 

콜롬비아에서 나도 모르게 3개 국어를 하게 된다. 처음엔 영어로 먼저 말이 나오고 머릿속으로 '아차 여긴 스페인어를 쓰는 곳이지'하며 스페인어로 말한다. 그리고 스페인어가 짧은 나는 한국어로 이어서 말한다. 이 괴상한 문법은 살사를 배우는 내내 고쳐지지가 않았다. 뭐 어떠랴. 나는 한국어를 쓰는 한국사람인데.



어머니 과감한 의상. 존경합니다.



 같이 수업을 받는 수강생 중에 엄마뻘 되시는 분도 계셨는데 내가 못 알아듣는 걸 분명 알 텐데도 계속 스페인어로 말을 걸었다. 아줌마들의 친화력은 세계 어디나 공통이었다. 처음에는 마주 보고 웃었다. 오랜 여행기간 동안 나는 눈빛으로 대화하는 법을 터득했다. 희로애락, 부정, 긍정, 당황, 초조, 몰라 등 눈으로 하지 못하는 표현은 없었다. 이 콜롬비안 엄마는 내 몰라 눈빛을 읽어내지 못했는지 계속 말을 걸어왔다.  



"이번엔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 스텝을 밟는 거야. 알겠지?"

추측하기로 이런 의미가 아니었나 싶은데 이제는 그냥 나도 한국말로 대답한다. 


"아 왼쪽으로 먼저 돌리고 오른쪽? 오케이 오케이!"



 각자의 언어를 통해 말을 하지만 신기하게도 대화가 통한다. 잘했을 때는 "Muy bien!"(잘했어!) 하고 서로 칭찬해 주기도 한다. 대화가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하니 스페인어가 없어도 춤을 배우고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웃으면서 어깨를 손으로 툭 치면 상대방도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친다. 그리고 엄지 척! 하이파이브로 마무리.



 사실 2년간 여행을 지속하면서 많이 지쳐있던 게 사실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가족들과 친구들, 한국 음식, 한국말로 수다 떨기 등 향수병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콜롬비아에 들어올 때도 살사가 워낙 유명하다고 하니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중남미 대륙에서 살사를 배워보자는 마음이 컸다. 


살사를 배우면 배울수록 오랜 시간 머무르며 살사를 더 배우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유쾌하고 잘 웃는 콜롬비아인들과 어울리다 보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답답함보다는 자연스레 현재에 집중하게 되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콜롬비아에 와서 마음이 치유되고 여행을 지속할 힘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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