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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Feb 29. 2020

여행자에서 서점주인으로

나 자신 하고싶은 거 다 해!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서점 열거야.” 친구들은 놀라서 되물었다. 갑자기? 서점을? 니가? 어째서?      


사실 서점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오래된 영화에 먼지 날리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손님이 오면 주인은 본 척 만 척 심드렁하게 읽고 있던 책을 계속 읽는다. 무심해 보이지만 조심스레 질문을 하면 슬쩍 웃어 보이며 성의껏 답변해 주는 곳.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동네 사랑방 같은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서점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노팅힐의 휴 그렌트처럼. 물론 조금 아니 많이 다르겠지만.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냐.



결혼까지 했으면 책임감 있게 경력을 쌓고 일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제멋대로 살면 안 된다는 말이 내 주변을 빙빙 돈다. 나도 알아.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는 것. 그런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건 그거대로 너무 고달프지 않겠어?     




대학교 졸업 즈음에 모바일의 혁명적인 아이폰이 출시되었다. 곧 안드로이드 폰도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는데 당시 안드로이드 폰을 쓰던 유저들은 아이폰에 비해 느리고 불편한 안드로이드 폰의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최적화시켜 사용했다. 나 역시 그중에 하나였고 내가 원하는 기능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빌려와 집에서 독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다가 취업을 준비했던 방향과 다르게 IT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에 들어가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줄 알았지만 수동적인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의 순진함에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누군가 말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     


 그것을 기점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나누며 살아왔다. 그러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던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결국 부부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회와 책임들은 나에게 그렇게 살다 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를 조장했는데, 실제로 세상이 무너지려면 핵폭발이라도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본인이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모른다. 그래서 해보는 거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다가 직접 해보니 나랑 맞지 않다는 걸 깨달은 적 있지 않은가?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누군가 그려놓은 지도를 따라가다가 도착지에서 내가 원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억울할까. 누군가에게 내가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모습이 무책임하게 보이겠지만 나는 방향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길을 찾는 중이다.


서점을 하다가 망할지 성공할지 아무도 모르고,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그래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테니까.





2017년 퇴사 후 2년간 부부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끝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IT맨에서 독립서점의 주인이 되었고

독립서점 및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를 부부가 함께 운영중이다.


책을 좋아하는 공대생의 책방 창업과 셀프인테리어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30대가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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