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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Aug 09. 2023

와인의 맛

와인에서 알게 된 나의 취향


자주빛? 혹은 보랏빛? 빛에 비추어 볼수록 더 연한 분홍빛도 보이는 듯 하다. 굳이 어떤 와인을 더 선호하냐고 묻는다면 레드와인. 그 중에도 미국의 진판델을 좋아한다. 블렌드(blend) 된 것 보다 단일 품종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단일 품종이라도 재배 지역과 숙성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그런건 차치하더라도 각 나라마다 수많은 포도 품종이 존재하고 아직 그 맛들도 다 모르는데 한 가지 맛이라도 제대로 알아보자라는 나만의 생각이 있다. 



조지아를 여행하며 와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었다. 실제로 와인의 발생지이기도 하며 와인이라는 말의 어원도 조지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더욱 재밌는 건 조지아의 언어는 포도넝쿨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포도 자체에 진심인 나라이다. 조지아에서는 흔히 알려진 품종인 '까르베네쇼비농', '샤도네이' 등이 아니라 '사페라비', '므츠바네' 등 처음 들어보는 품종의 와인들이 많았고 실제로 이 품종들은 조지아의 토착 품종들이라고 했다. 맛은 품종에 따라 굉장히 부드럽고 산미가 느껴지기도 하며 초콜릿향, 넛트류 까지 다양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와인 숙성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단맛까지 살짝 더해져 초보자도 정말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기에 조지아를 여행하며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조지아에서 먹었던 와인들


진판델을 알게 된 건 한국에 돌아와서 였다. 한국에서도 정말 꾸준히 와인을 사먹었는데 우연찮게 방문한 와인샵에서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와인을 추천 부탁드렸는데 그게 '진판델'이었다. 짙은 색감에 떫지 않은 적당한 탄닌감. 풍부한 과실향까지 음식과 곁들여도 좋고 목넘김이 부드러워 데일리로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만의 취향이 생긴다는 것은 삶의 재미를 더할 요소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와인을 고르고 맛을 보면서 마음속 서랍 한켠에 나만의 와인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렇게 쌓인 나의 취향들은 나라는 사람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와인을 알아갈 때는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평면적인 삶을 벗어나 나를 탐험가로 변신 시킨다. 나의 취향을 개척하고 탐구해 나가면서 나는 더 진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소주에서 맥주로 맥주에서 와인으로. 그리고 다시 맥주로 취향이 변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취향은 바뀐다기보다 확장된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예전 취향도 다시 돌아보면서 나의 취향들은 켜켜이 쌓여 더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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