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 받는 막내가 되기 위한 팁
실험실 막내로 4년을 보냈으니, 자연스레 마지막 제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음을 증명하듯 후배가 들어왔다. 긴 파마머리에 큰 눈을 초롱이 뜬 채로 인사하는데 ‘앗,,, 진짜 내 후배가 온 건가’ 실감이 났다.
그날 밤, 이유 모를 회상에 젖어 실험실 막내로 지내오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보통의 랩들과 다른 점은 나와 후배 모두 선후배 사이가 촘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년 터울로 들어왔기에 선배들의 챙김을 아주 많이 받았다.)
실험실 막내는,
1. 눈치가 빠르면 예쁨 받는다.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지만 빠른 스타일은 아니었다. 대학교 졸업 후 처음 사회생활이기에 ‘눈치함량을 키우자!‘ 는 목표를 갖고 첫 발을 내디뎠다. 재고 체크, 팁 꽂기, 의료폐기물 정리하기, 업체들과 연락하기, 교수님 식사현황 여쭙기, 각종 세미나 예약하기 등 실험실 전반적인 생활에 필요한 의무사항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행정부문으로 입학을 한 건가? 싶을 정도의 자잘한 서류 처리일들도 하루 끝에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MZ들은 반발하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별 수 있나.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패기 가득한 신입생이 일 배울 때 으레 거쳐야 할 관문이지.
2. 인사를 잘하면 예쁨 받는다.
뜬금없이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그렇다. 대학원생 중에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학생들이 더러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교수님과 선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인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맨날 보는데 굳이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한 인사와 입가의 미소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모를 일이다. 이미지를 좋게 하는데 한몫할 것이다.
3. 적극적으로 실험을 배우자 (그 외의 것들 포함).
보통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포닥과 박사과정 학생들한테 자유롭게 실험을 배운다. 사수, 부사수가 정해져 있는 랩실은 자연스럽게 사수에게 실험을 배우며 작은 프로젝트를 이어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사수가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분들에게 다양한 실험을 배웠다.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조용히 할 일을 하면서 실험을 배우려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사회 초년생으로 발을 딛는 곳이기에, 특정 분야를 깊게 공부하고 전문적인 일을 하기에 긴장과 설렘이 공존할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입학하면 동기들도 있고, 기강 잡는 1-2년 차이 선배들도 있고, 막연한 졸업 때문에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박사 말년차들도 있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하는 포닥들도 있다. 실험실 막내는 유일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실험실마다 다를 수도,,ㅎ) 단계인만큼 ‘내가 선배라면 어떤 후배를 좋아할까?’라는 물음표를 항상 되새기며 연구와 인간관계를 모두 잘 해내길 바란다.
" 간혹 실험실 듀티를 왜 막내가 다 해야 하는지 의문과 불만을 품는 신입생들이 있다.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연차가 쌓이면 깨달을 것이다. 신입의 패기와 긴장이 실험실 듀티의 원활함과 비례한다는 것을. 그 태도가 모든 일의 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고. 일단 버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