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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04. 2022

동화 제작 제안이 들어왔다

동화 제작 제안이 또 들어왔다. 처음 메일을 받았을 땐 이거 사기 아닌가 했다.


"뭐야 이거 사기 아니야? 스팸인가?"


 그렇게 몇 번을 의심스럽게 넘기다 보니 이젠 익숙해졌는지 '답 메일을 보내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곳은 잠시 메일을 주고받고 직접 회사를 방문하여 설명도 들었었다. 나처럼 이름 없는 작가의 글에 관심을 가지고 제작을 고려해 보는 곳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닐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검색해도 안 나오네. 여긴 도대체 어디지? 동화 제작하는 곳이 맞긴 한가?"


의심스러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는 해 보고 싶었다.

 

'일단 알아는 보고 아닌 것 같으면 말고, 괜찮은 곳이면 작아도 시작이 중요한 거니 해봐야겠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계약서까지 받고 검토까지 했는데 역시나, 계약서가 나처럼 어설펐다. 사업을 해 보고 여러 방면의 계약서를 주고받아 봤던 입장에서 어설픔에 의심 가는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내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상담한 '편집자?'의 느낌이 좋아서 속는 셈 치고 계약을 해 볼까도 생각해 봤다.


 그렇게 수정본을 요청했다. 계약서를 곧 수정해서 주기로 한 곳에선 하루 만에 연락이 끊겼다. 아마 내가 의심도 많고 이것저것 자꾸 수정도 요청하고 그래서인 것 같다.


"언니, 여기도 사기인가 보다. 수정본 요청하니 연락이 끊겼어. 그냥 말아야겠다."


 잠시 '1인 출판이나 할까? 오디오 녹음해서 사이트에 그냥 내가 직접 올릴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실망이 커서인지, 기대를 했던 탓인지, 대충 관리하는 블로그도 하루에 적으면 7~800명, 많으면 1000명 넘을 정도는 들어오고 수익도 업체에서 말한 것보단 많이 들어오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누군가를 통해 출품작을 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게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 또 연락이 왔다.


"여긴 또 뭐지? 여기도 찔러보기식 사기업체 아냐? 나중에 제작해 놓고 돈 요구하거나 작품에 대한 권한 행사를 하거나?"


이걸 받아들이고 답변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척 고민이 된다.


 '출품을 하려고 브런치에 올리지 않고 쓰고 있는 동화들이 몇 편 있지만 공개를 하면 출품을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브런치 공모를 위해 쓰자니 브런치는 최소한 열 편을 써야 하고, 동화를 열 편이나 쓰고 공모에 도전하자니 다른 것에 비해 힘든 조건에 발행했다가 떨어지면 이미 공개된 작품이라 타 공모전에 출품도 못한 체 묵혀둬야 하니 이것도 좀..., '


이러한 이유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브런치는 시나 동화보다는 전문 지식, 자기 계발, 해외생활, 여행, 요리 같은 글들이 더 인기 있는 건 사실이고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브런치를 통해 운 좋게 제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이번에 제의해 온 곳에선 써 놓은 다른 동화가 더 있는지를 물어 왔다.


'한편이 아니고 여러 편 중에 고르겠다는 건가?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


 워낙에 가까운 사람에게 사기도 당해보고 살면서 이것저것 의심스러운 일도 많이 봐온지라 좋은 일임을 알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내 마음이 참 못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공모전에만 작품을 출품하고 기다리며 간간히 당선되는 작품들로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옛날엔 공모전 출품이 그냥 소소한 취미거리, 용돈 벌이 정도였는데 의뢰를 받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기네. 실력은 형편없는데 이런 욕심은 왜 생기는 건지... 그러니 사기 같은 걸 당하지. 나도 참 한심하다. 한심해. '


 나도 좀 다르게 살아 보고 싶은 생각은 늘 한다. 하지만 많이 상처를 받아 본 사람들은 말처럼 그리 쉽게 마음을 열고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것 같다.


 누구에겐 세상이 마냥 쉽지만 또 누군가에겐 세상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넌 좀 너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해. 네가 쓴 동화 좋아. 애들이 재밌다고 했어. 솔직히 어른들이 봐도 괜찮은 것 같아. 어른동화, 어린이 동화, 그렇게 꼭 경계를 둬야 해? 저번에 에세이는 보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 나도 그때부턴 우리 부모님 챙기며 만날 때마다 사진도 찍어놔. 너 글 잘 써. 전문가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냥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볼 땐 사는 게 같구나 하고 느껴지면서 쉽게 다가오고 공감 가는 글들이야. 네가 쓰는 사이트에 가입만 되어 있으면 좋아요도 맨날 누르고 갔을 거야. 근데 가입하기 귀찮아서 읽고만 가는데 자주 들어가서 네 글 읽어봐. 애들한테 읽어 주기도 하고, 시도 좋은 시 많던데? 눈에 보이는 좋아요 수가 다는 아니야.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거지.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너도 너 자신한테 좀 너그러워져 봐."


 주변 사람들이 그리 말을 해 줄 때면 정말 내가 쓴 글이 괜찮은가?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만한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구독자가 적고, 오타도 많고, 써 놓은 글도 가끔 뒤늦게야 못남을 발견하고 수정을 해 놓기를 여러 번, 부끄럽게 생각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나는 계속 내 글이 모자라 보이는지 모르겠네. 부끄러워서 자꾸 숨기게 되니...'


 



 솔직히 난 시인이 되고 싶었다. 시를 쓰고 싶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자판에 손이 움직이는 대로 쓰고 싶었다. 그것을 읽은 누군가는 공감을 하고 '참 좋다.'라고 말해 주었으면 했다. 근데 정작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는 것들은 '에세이, 수필, 서평...'이고 의뢰가 들어오는 건 '동화'이다.


난 정말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시는 별로 인가? 꼭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며 쓰는 시는 아니지만 내 시를 찾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사람들에게 공감 가는 시를 써 봤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히 읽히고 싶다.'


 가끔 브런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의 시를 보고는 좋다는 글을 남기고 가는 분들도 있지만 자꾸 욕심이 생긴다. 시를 쓰고 싶어지는 욕심, 읽히고 싶은 욕심, 마음을 녹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시...,


"사람들은 내가 시를 좋아하는 만큼 시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시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별빛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시 속에 수많은 감정들과 대화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 같아 시를 읽고 있으면 문득문득 잊고 지내온 것들이 떠오른다.


 굳이 많은 말들을 하지 않아도, 굳이 세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쓰여있는 단어 하나에도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감정들과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누군가는 고작 그 짧은 글 속에 뭐가 있어봐야 뭐가 있고, 애써봐야 얼마나 애써서 썼냐고들도 하겠지만 짧은 글인 만큼 그곳에 더 많은 감정들을 쏟아부으며 쓴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짠해오고, 찡해오고, 몽글몽글해 오는 아닌가?


시는 마음을 쓰는 것이기에

시를 읽을 때 글의 나열이 아닌 마음을 느끼면 되고

시는 삶을 쓰는 것이기에

시를 읽을 때 문맥의 흐름이 아닌 삶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는 거고

시는 인생을 쓰는 것이기에

시를 읽을 때 정답이 있는 것처럼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단

자연의 흐름 따라 흘러가는 인생처럼,

그렇게 마음을 물처럼 흘려보내듯 보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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