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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Nov 11. 2021

심리검사

세상 사람들 다 힘들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슬럼프가 온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믿었던 친구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랑을 하다 헤어지면서 아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넘쳐나는 sns세상,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안 좋은 소식이 밀려오거나 반대로 너무 행복한 사람들만 넘쳐나 저긴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할 때도 있다.


 비교하지 않으려 애를 써도 어쩔 수 없이 옆 사람, 저 사람, 이 사람들과 비교가 된다. 그 과정에 위축도 되고 자신의 삶이 바닥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물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지만 행복한 순간들은 위로가 필요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니... 현실적으로 행복한 순간보다 힘들고 아픈 순간들의 감정의 무게가 더 크기 때문에 인생 전반에 비춰 그 시간이 크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행복은 너무 가벼워 금방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랄까?


 어쩌다 큰 아픔의 시간들이 오기라도 하면, 지속되는 그 시간들이 마치 백만 년은 되는듯한 무거움으로 느껴지곤 한다. 그 시간들은 왜 그리도 안 가는지, 미로처럼 빠져나오기도 힘이 들어 내내 우울한 방 안에 자신을 가둬 두며 살기도 한다. 누군 버티라 하고, 누군 이겨내라 하고, 누군 답도 없이 그냥 털고 일어나라고만 한다.


 겪는 사람들은 너무 아파서 심장이 찢기는 것 같고, 밀려오는 어둠의 무게가 쏟아지는 폭포수와도 같은데 말이 참 쉽게 다가올 때,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상담을 가면 좋은 상담사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타이틀은 달고 있지만 몇 주 과정의 교육을 받고 상담사 직을 내 걸고 상담하는 경우,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는 전부를 판단하는 경우, 무조건 네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경우...


 언젠가 아이들 학교 심리검사 통보를 보고 놀랜 적이 있었다. 단체로 번호에 체크를 해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일괄적으로 나누어 결론짓는 것도 모자라 결과지를 공개적으로 당사자들에게 나눠 주며 너는 이런 아이, 너는 저런 아이, 너는 위험한 아이, 너는 안전한 아이, 너는 소심한 아이, 너는 부족한 아이... 하루에도 감정 기복이 열 번은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설문지 검사를 하며 전문가적 판단이라는 결과지를 검사받은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나눠 주며 읽게 한다니... 이렇게 낙인을 찍는 것에 놀랐다.


사춘기 심리 검사를 그렇게 한다고?

 모두가 보는 가운데 자신의 결과지를 받은 사춘기 아이들은 더 위축되거나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들에게 '너는 위험한 아이로 나왔으니 상담이 필요해.', '너는 조심해야 되는 아이야.'라며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정답인양 아이들에게 내밀어 그 아이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힘든 시간을 가지 게 만든다. 이런 식의 검사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고, 이게 검사인가? 제대로 된 심리상담사가 맞나 싶어 공개 강의에 간 적이 있었다.


 나름 지자체 지정, 인증받은 기관이라며 강사가 나와 설명을 하는데 어이없는 말들에 당황스러웠고 실망도 컸다. 이런 검사에, 저런 상담사에 선택권이 없다는 게 더 화가 났다. 정말 인증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상담시간을 바꾼다거나 다른 기관으로 옮겨 다시 해 보고 싶다거나 하는 학부모에게 돌아오는 답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시던지요, 마음대로 하세요. 늦게 하다 아이들 막살게 놔두시던지요. 후회하시던가요." 결과지를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나눠 준 것도 모자라 상담 관계자가 질문한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물론, 이 말은 공개적으로 한건 아니고 끝난 후 다가가 질문한 어느 한 엄마에게 했던 말을 우연히 들었을 뿐이지만 그 태도와 말투에 더 놀라 기겁하며 집으로 돌아온 경우다.


 미술심리, 색채심리도 기본 색채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섣불리 '이렇다, 저렇다' 답을 내놓지 않는다. 같은 그림과 색이 칠해져 있어도 대상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야 하고 부모님께 전달할 때도 분리해서 전달한다. 그 사람의 삶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오랜 과정을 두고 그나마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는데 사춘기 아이들에게 하는 검사와 상담이 그런 수준이라니... 순간 '지역 유착이 심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몇 번 경험 한 십 대 아이들은 그냥 설문지 체크할 때 최대한 좋은 답으로 체크한다고 한다. 남의 기준에 좋은 답을 구해 체크한다니, 집에 보이는 것도 그렇고, 따로 상담을 받으러 가야 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한 번 경험한 아이들은 상담을 받으면서 더 우울하고 짜증이 났다고도 했다. 이것이 시에서 아이들을 위해 행한다는 의무적인 첫 심리 검사였다.  


 지난 일이지만 문득 생각이 났다. 그 후로 방송에서 지역 유착이나 몇 개월 단기로 심리상담 이수를 받고 센터를 운영하는 기관의 문제점등이 고발되어 나왔다. 더 기가 막혔던 일은 그중에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고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에서 이런 기관을 선정하진 않겠지만 심리상담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알게 된 일이기도 했다. 정말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기관이 더 많은 검증과 인증을 통해 설립되고 운영되었으면 좋겠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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