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이웃 Sep 02. 2023

치과 사용 설명서 1

서문

2008년 치과를 개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환자분과 접촉하고, 상담하고 치료를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상황과 대화 내용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과의사에게는 당연하지만 환자분들께는 당연하지 않은 정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환자분들이 미리 아시게 된다면 불필요한 고생을 하지 않으시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분들이 미리 아셨다면 좋았을 이야기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치과 치료는 지난함을 이겨내는 꾸준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 꾸준함은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수준 높은 치료를 조각상을 깎는 일에 비유합니다. 수준 높은 조각상을 완성하려면 구상부터 치밀해야 할 것이고 조각상을 깎는 터치들이 하나 하나 예술적인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치과 치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사숙고하여 치료 계획을 완성하고 그것을 하나 하나 수행해 나갈 때 집중력과 끈기를 가지고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치과 치료에 있어서 조각상을 깎는 일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조각상을 깎는 일은 예술가만 시간을 내서 작업에 임하면 되는 것이지만 치과 치료는 치과의사 뿐만 아니라 작업의 대상인 환자분도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환자분이 여러 번 치과에 내원하셔서 장시간 입을 벌리고 계셔야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지난함이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끝나는 간단한 치료도 있지만 2~3년씩 걸리는 치료도 있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꾸준하게 치료가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치과 치료에 대해서 잘 알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잘 알지 못 하는 길을 치과의사만 믿고 따라가는 일이 쉽고 마음 편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예전처럼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식의, 의료인의 태도가 진료실에서 답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것은 소통과 이해, 공감이며 환자분들의 앎에 대한 욕구도 점점 더 높아져 가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도 소통과 이해, 공감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 순리에 맞는 설명이 선행되고 환자분의 이해와 공감이 수반될 때 진정한 의미의 치료가 실천될 수 있습니다.


제 글에서는 실제적인 치과 치료에 있어서 환자분들이 아시고 계셔야 할 이야기들이 실용적인 견지에서 기술될 것입니다. 간단한 충치치료에서부터 교정, 임플란트, 전신질환 하에서의 치과치료 등 진료실에서 치과의사로부터 좀처럼 전해 듣기 어려운 진솔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치과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이라는 주제도 책 전반을 흐릅니다. 좋은 치료, 치과의사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생각들이 표현되고 환자분들의 공감을 일으킬 때 건강한 치과 의료가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글을 읽으시면서 치과 치료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결되고 좋은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줄 판단력이 배양되시기를 바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