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리프래시가 필요한 당신에게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화에서 언급했듯 나는 앱 기획, 창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던 흔한 문과생이었다.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의미 없이 보냈으며 '무언가 특별한 걸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팀을 꾸려 온전한 앱 서비스 하나를 내놓고, 정부 지원금을 받고, 법인을 설립하고, (아직은 미미하지만) 매출까지 내는 창업인이 되었다. 물론 성공을 논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바로 내일 고꾸라져 망해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3~4년 전의 나에 비하자면 분명 극적인 성장을 했고 그중 50% 이상의 공은 오픈 컬리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한 회를 할애해 오픈 컬리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픈 컬리지에서 어떤 걸 경험하고 느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어울리는 곳이고 한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문자답의 형태로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 (주의 - 객관적 정보보다는 주관적 경험 위주의 글입니다!)
꿈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공간
다른 세상에 온 줄 알았다. 아무렇지 않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니... '여기에서만큼은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해지자.'라는 암묵적 룰이 있는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걸 해서 그런지 그 어느 집단보다 서로에게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분위기 안에서 나에게도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나는 어떤 걸 도전해보고 싶었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그동안 스킵했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답을 얻는 데까지 일 년 가까이 시간이 들었지만 커리어 측면에선 오히려 앞당겨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얻게 된 마음속 한 문장. '나는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1년이 아깝지 않은 소중한 통찰이었다.
프로토타이핑 공간
오픈 컬리지에서 직장인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이 월요일을 정말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월요병을 낫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매주 월요일에 선물을 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내가 사서 줄 순 없으니 사람들을 모아 마니또처럼 서로 선물을 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선물은 기프티콘과 응원의 메시지로 구성했다.)
8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참여해 선물과 메시지를 보내왔다. 두 명분의 선물을 보낸 사람, 이 프로젝트를 만든 나에게까지 선물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내가 한 거라곤 페이스북 그룹에서 사람을 모으고, 선물을 취합해 분배한 것뿐이었다.
오픈 컬리지에선 누구나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스피커를 들고 가 라디오 DJ를 해도 되고, 함께 책을 읽는 독서 그룹을 운영해도 된다.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도전해볼 수 있으며 (실전이 아니기에) 실패도 없다. 가장 좋은 건, 진성 고객처럼 열심히 참여하고 피드백해주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기획자에겐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사업 아이템, 친구, 동료
나는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오픈 컬리지에서 구했다. 버킷 리스트를 이뤄나가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놀잉(액티비티 추천 앱)을 기획했고, 보통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우주챗(익명 SNS)을 만들었다. 또한 두 번의 창업 시도 모두 오픈 컬리지에서 팀원을 구했다. (이렇게 프로젝트로 시작해 창업까지 가는 팀이 셋이나 더 있었다.)
낭만적인 경험을 함께하며 오래된 친구 못지 않은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만으로 삶이 풍성해진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새로운 걸 해보고자 하는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 특정 주제를 품고 가지 않아도 재미있는 거리가 널려있으며 그중 하나를 선택해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같은 전공(혹은 직군)을 만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비슷한 이유로 대학생들에게(특히 취업을 앞둔 3~4학년)도 추천할 만하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경험을 해보며 적성을 찾기에 좋고, (부가적인 효과로) 자소서에 쓸 거리도 많이 생긴다.
창업을 준비하기에도 오픈 컬리지는 괜찮은 곳이다.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개발, 디자인 직군의 분포가 높은 편이며 새로운 걸 도전하는 분위기는 창업과도 잘 어울린다. 창업에 앞서 프로젝트를 만들며 기획 연습, 팀을 이끄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이다.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을 넘기기 힘들다. 강한 목표보다는 느슨한 목표를 갖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 참여형 프로젝트('우리 이거 한번 같이 해보자.')가 대부분이다. 전문적인 스킬을 배우고자 이곳을 찾는다면 조금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잘 갖춰진(기획과 구성에 완성도가 높은) 프로젝트는 보통 호스트의 전문성에 좌우되는데 오픈 컬리지에도 종종 갓-호스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에 비해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어 (호스트가) 쉽게 지치는 게 현실이다. (그들은 '내가 왜 일 끝나고 와서 또 일을 하고 있는거지?' 싶을 거다.) 오픈 컬리지만의 신선함이 식어갈 때 즈음,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커뮤니티 혹은 창업의 세계로 떠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