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회사, 절대 가지 마세요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취업을 해야 하나?
실무 경험이 있는 공동창업자 Y를 영입하고 앱 기획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갈 즈음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본업과 학업을 유지하며 주말마다 모여 작업을 했다. 대학의 마지막 학기가 끝나갔고 난 선택을 해야 했다. 졸업 후 바로 창업을 할 것인지, 우선 취업을 한 뒤 이후를 도모해야 하는지 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다른 스타트업에 들어가 실무를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사실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부모님 눈치는 둘째 치더라도 당장에 먹고 살 돈이 필요했으니.
생애 첫 면접을 보러 갔다.
우선 로켓 펀치에 가입을 하고 '서비스 기획'으로 필터링하여 여러 스타트업을 탐색했다. 예상했던 대로 기획자 직군을 뽑는 곳은 거의 없었고 간신히 한 군데를 찾았다. 페이도 상관없고 얼마나 작은 회사 인지도 상관없었다. 그저 바로 입사해 기획이라는 일을 하며 최저 임금만 받을 수 있어도 감지덕지였다. 내가 찾은 그곳은 홍대 근처에 있는 작은 회사였다. 원룸을 개조한 사무실에 대표와 직원 둘이 있었다. 궁핍해 보였지만 '이런 게 스타트업의 바이브인가.' 싶었다.
앱을 만드는 회사인데 개발자가 없었다.
그곳에선 기획만 하고 인도에 있는 개발 회사에 외주를 맡겨 앱을 완성한다고 했다. 인도에 있는 개발자와 스카이프를 하며 개발을 완성한다는 대표의 말이 일단은(?) 그럴싸해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면접 시간. 내가 이 회사에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가 면접 시스템이었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과제를 풀어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테스트하는 방식이었다. 대표는 '지난 달엔 연세대 학생도 제대로 못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6시간 동안 풀어야 할 5개의 과제를 내줬다. (승부욕 발동 뿜뿜!)
< 면접 테스트 문제 >
신입 사원들이 사용할 이메일 5개 만들기
미개봉 상품인 침대 매트리스를 중고 사이트에 팔 멘트 짜기
파워 포인트로 만든 앱 기획서의 빠진 부분 채우기
앱 기획서를 기반으로 정부과제 지원서 쓰기
주어진 조건을 기반으로 외주 계약서 만들기
한 문제를 풀고 오면 검토 및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긴장을 해서인지 1, 2번 문제 모두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했고 기대 이하라는 피드백도 받았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실망, 실망 그리고 실망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대표와 직원 둘까지 합쳐 넷이서. 여기에서 처음으로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온 대표와 직원들이 한 마디 얘기도 나누지 않고 전혀 친해보이지 않았다. '내가 껴서 어색해서 그런 거겠지.'하며 식당을 나오던 중 또 하나의 충격이 이어진다. 스마트폰을 꺼내 내 이력서를 훑어보는 모습이 분명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의 반응이었다. 리더로서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던 스타트업이 아닌데?
실망은 계속 이어졌다. 세 번째 과제를 하던 중 이 회사에서 만든 앱 기획서를 봤는데 '굳이 이런 앱을 만드는 이유가 뭐지?'싶을 정도로 별로였다. (우리가 만들던 우주챗보다도 부족해보였다.) 뭔가 분위기가 싸-해 주변을 돌아보니 직원들은 cs 업무만 할 뿐 소통을 하며 무언가 기획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스타트업의 정의(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이 있는 작은 조직)와는 매우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더 이상 이 곳에서 얻어갈 게 없을 것 같았다. 면접 지원자 주제에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저는 이 회사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