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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Oct 11. 2018

포토샵도 처음, UI 디자인도 처음

파워포인트와 UI 디자인 그 어딘가에서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성 사진을 배경으로 깔고 위쪽에는 질문이 나오고 중간쯤에는 답변이 나오게 만들어줘.



이런 주문으로는 앱을 만들 수 없었다.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공동 창업자 Y는 실제 화면에 띄워질 디자인과 이미지 파일로 된 리소스, 각 요소의 위치와 크기를 참고할 디자인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발을 하려면 디자인이 선행되어야 했고 UI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개발자 2명과 기획자 1명이 있는 팀에서 그 몫은 기획자인 나에게 돌아왔고 좋든 싫든, 잘하든 못하든 해야 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는 커녕 종이에 그림 하나 그릴 줄 모르는 내가 졸지에 UI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우주챗 초기 디자인



당시 스케치(UI 디자인에 최적화된 디자인 툴)는 존재조차 몰랐고 스케치, XD를 실행할 수 있는 맥도 없었다. 그나마 포토샵을 할 줄 알았던 H에게 기본적인 기능을 배우고, 레이어 생성부터 차근차근 앱 화면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포토샵은 앱을 디자인하기에 매우 불편한 툴이다.) 당연히 앱 화면이라 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디자인이 나왔고 상용 어플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던 팀원들은 계속해서 퇴짜를 놓았다. 졸업 실패와 맞물려 좌절감이 극에 달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이 앱을 만들겠다고 나섰구나...



내가 하자고 해놓고, 오랜 친구와 현업 개발자 친구까지 꼬드겨놓고, 결국 내 무능력 때문에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와 디자인 학원을 다닐 수도 없는 노릇, 비책이 필요했다. 일단 무작정 앱을 받았다. 



흔한 앱 기획자의 스마트폰



수십, 수백 개의 앱을 지우고 받으면서 어떤 게 세련된 디자인이고 어떤 게 쓰기 편한 UX인지를 익혀갔다. (장사를 하기 전 다른 가게들을 탐방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알게 된 것. 하루 한 번 질문이 나오고 이에 답을 하는(글을 쓰는) 앱이 취할 수 있는 디자인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디자인은 그리는대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의 문제였다.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려다가도 '편리함'을 생각하면 선택지가 확 줄어들었다.)



포토샵으로 만든 우주챗 초기 디자인



포토샵으로 한땀 한땀 만든 디자인 가이드



'파워포인트 느낌만은 피하자.'는 생각으로 하나씩 만들다 보니 어느새 40여 개의 화면을 뽑아냈고, 각 요소의 배치와 색, 폰트 등의 정확한 정보를 담은 디자인 가이드까지 완성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클라이언트(안드로이드) 개발을 시작했고 멈췄던 톱니바퀴는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과연 이 앱을 완성할 수 있을까?



(여담을 하자면) 나처럼 개발은 죽어도 못하겠고 그나마 '디자인 대타라도 해볼까?'하는 초보 기획자/창업가가 있다면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스케치! 구글에 '스케치 사용법'을 검색해 간단히만 익혀두면 아주 편하게 목업과 (야매) 디자인을 할 수 있다. 1 계정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제플린이라는 프로그램까지 함께 쓰면 (거의 날로) 디자인 가이드까지 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와이어 프레임을 좋아하지 않아 목업과 디자인을 스케치로 다 해버리는데, 목업을 하기에 무겁지 않고 디자인을 하기에 가볍지 않은, UI 디자인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바로 스케치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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