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경제의 물결에 은근 슬쩍 발 담그기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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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완성되자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출시까지는 한참 멀었지만 스마트폰에 apk 파일을 설치해 상용 앱처럼 보이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앱이 잘 작동하면 이렇게 보일 거야.' 정도는 완성된 것이다.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창업을 결심하긴 했지만 당장에 수익이 나는 건 아니었고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지금 필요한 건 졸업을 하고서도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었다. 마침 창조 경제 바람으로 예비 창업자를 위한 지원금이 많이 풀리던 때였고, 운이 좋으면 1억 내외의 지원금을 받고 창업을 할 수 있다고도 들었다. 하지만 앱 개발도 간신히 해나가는 수준이라 지원금을 받는 건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사업 계획서를 받다.
창업에 관련된 거라면 세미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던 때 우리에게 딱 필요한 기회가 하나 찾아왔다. 스타트업계의 북산이라 불리는 슬로그업('스타트업하고 앉아있네'라는 스타트업 입문서의 저자로도 유명)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하는 이벤트였는데, 게시물만 공유하면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한 사업계획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 창업가'였지만 이미 서비스도 출시하고 각종 대회 상금과 정부 지원금을 수 차례나 받을 정도로 내공이 있는 팀이었다.
게시물 공유를 마치고 드디어 합격한 사업계획서를 받아보았다. 제품 설명부터 수익 모델, 사업화 프로세스, 주요 경쟁사와의 차별성, 마케팅 전략, 글로벌 진출 계획까지 빠질 게 하나 없는 완벽한 사업계획서였다. '이 정도는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구나.' 존경심과 함께 막막함이 찾아왔다.
어느 가을 찾아온 합격 메일
합격한 사업계획서를 한쪽에 띄워두고서야 우리 것도 완성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k-startup에 찾아가 정부지원사업을 살폈고 지원 자격이 되는 건 모조리 지원했다. 쓸 때마다 떨어지긴 했지만 개발 진도가 나아갈수록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고 사업계획서도 점점 발전했다. 그렇게 수개월을 떨어지기만 하다 어느 11월, 처음으로 서류 합격 통지를 받았다. 창업 인턴이라는, 초보 단계의 예비 창업가가 도전하기 좋은 정부 과제였다.
창업 인턴이 무엇?
창업 인턴은 다른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를 하면서 스타트업의 현장을 경험하고 준비가 됐을 때 독립하여 창업을 하는 방식의 과제였다. 회사 경험을 전혀 해보지 못한 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인턴을 마친 후 평가를 통해 지원금의 수준을 책정하는데 최대 1억까지 받을 수 있었다. 1억이라는 큰돈이 와 닿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 있으면 굶지 않고 넉넉하게, 앱을 완성할 때까지 열심히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전에, 나를 괜찮은 창업가로 키워줄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야 했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