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챗도 보라색 퍼플웍스도 보라색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창업 인턴제라는 정부지원사업에 1차 합격을 했다. (다른 스타트업에서 인턴 근무를 마치고 발표 평가를 통해 최종 선발되는 시스템이었다.) 스타트업을 한다고 나서긴 했지만 정작 동아리 티를 벗지 못하던 내게 실무 경험을 할 좋은 기회였다. 드디어 매칭을 하는 시간이 왔고 사랑의 작대기를 하듯 인턴과 기업이 서로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일주일 안에 짝을 정해야 했다. 10개 정도의 기업이 있었고 각각의 회사 소개서도 있었다. 몇 십장씩 되는 걸 하나씩 읽어보다 도저히 눈에 안 들어와 회사 홈페이지나 한 번씩 들러보기로 했다.
홈페이지는 중요하다.
회사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한눈에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제품 개발을 하느라 홈페이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겠지만 회사에 관심이 있는 입사 지원자, 충성 고객에게는 강력한 인상을 얻어가는 공간임에 틀림없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창업인턴에 참가한) 회사는 스타트업이라기보다 90년대 인터넷 중소기업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딱 한 군데 눈에 띄는 회사가 있었으니. 세스 고딘의 명저 <보랏빛 소가 온다>를 연상시키는, 보라색 우주 배경에 소가 걸어 다니는 홈페이지의 주인공, 퍼플웍스(purpleworks)였다. 회사와 제품 모두 들어본 적 없었지만 개발자가 중심이 되어 무언가 새로울 걸 만드는 일을 하는 곳임에 분명했다.
다들 여기로 몰리면 어떡하지?
사랑의 작대기가 한 곳으로만 몰릴 것 같은 두려움에 얼른 전화를 걸어 면접 날짜를 잡았다. 지명(地名)으로만 들어 본 압구정에 위치한 회사였고, 보안 시스템이 설치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귀여운 피규어들이 나를 반겨줬다. (너드 감성 +1점)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이미 한 명의 지원자가 왔다 갔다고 했다. 이제 막 앱을 만들기 시작한 우리와 달리 제대로 된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었고 경력자 순환고리(회사는 경력자를 원하고, 나는 첫 경력을 쌓아야 하고...)에 내가 들어갈 틈은 없을 것 같았다.
막상 면접에 들어가니 상상했던 것과 달리 우리가 만들고 있는 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업 개발자들에게는 처음 선보이는 거라 쫄리긴 했지만 기획자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것 같아 좋았다. ('생애 첫 면접, 최악의 회사를 만나다' 편 참고)
싱거운 합격
예상과 달리 퍼플웍스에 지원한 인턴은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고 그 마저도 나머지 한 명이 지원을 포기하는 바람에 나는 자동으로 합격되었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어쨌든 '졸업 후 백수'는 면하게 되었다. 이제 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우고, 발표 평가에 합격해 지원금을 타내는 미션에만 열중하면 됐다.
너무 열중했다. 퍼플웍스와의 인연이 어떻게 될 줄도 모르고...
지금 시점에 이 회사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슬로그업과 비슷한 포지션의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있는 개발자가 중심이 되어 자체 서비스와 외주 개발을 하며 꾸준히 생존 &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특히 외주 개발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으며 최근에는 코오롱몰 웹과 앱을 만들었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명성에 비해 자사몰을 잘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코오롱몰은 퍼플웍스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최고 수준의 온라인 채널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국내 온라인 패션 몰 중에는 단연 top이다.) 또한 개발 커뮤니티에선 이미 유명한, 도커 지존, subicura님이 계신 곳이기도 하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