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by 박정관 편집장

필자가 편집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중에 수많은 취재현장에서 사람을 만났는데 잊을 수 없는 것이 두 전직 대통령과의 조우다. 이명박 대통령은 몇 년 전 경주의 현대호텔에서 기독교 라디오방송의 5개 지사 초청모임의 강사로 나서서 강연했다. 호텔 연회장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사람들은 전직 대통령과의 강연초대에 일말의 흥분을 느끼며 지인들과 뷔페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마침내 시간이 되자 이 전 대통령이 연회장에 들어섰고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연단에 서게 된 이 전 대통령은 간단한 인사말을 전한 뒤 양복 안주머니의 메모지를 꺼내어 연설했다. 가난한 시절을 극복하고 부모님의 후원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기업에 입사해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업을 경영했기에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국가 통치라는 개념보다 국가 경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4대강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일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필자가 전직 대통령의 모임에 취재를 득하기 위해서 갖가지 보안검사도 단행됐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내울에서도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을 알았다. 당시 필자는 중구뉴스 기자로 있어서 태화강지방정원을 홍보하기 위해 대통령이 찾았을 때 십리대숲을 방문하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뙤약볕에서 기자단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영상 촬영 홍보에 협조했다. 지인이 다른 정보를 알려줘 행사가 취소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태화강탐방과 신정시장과 대왕암 방문 코스로 정해져 있던 거였다.


당시 지역신문에서는 조선업의 침체로 어려운 울산에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수많은 관광객 대거 유입이라는 대서특필이 있었다. 나중에 청와대에서 배포한 사진에서 필자는 잊지 못할 사진 한 장을 보았고, 아직도 선연히 기억한다. 그것은 대왕암공원 울타리에 서서 먼 동해바다를 하염없이 주시하던 대통령의 뒷모습이었다. 비록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경제개발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부친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의 좌표를 점검해보는 시간이었다고 필자는 기사에 적었었다.

이후 필자는 취재현장의 기사와 칼럼을 모아 「신의 손」이라는 저서를 발간했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현장의 취재스케치도 실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다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한동안 울적한 심경을 떨칠 수 없었다. 이전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새로운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다. 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기치도 함께 내걸었다. 그런데 지금 이 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몇 점을 매길 수 있을까? 2년이 지난 지금 여러 부분에서 실망을 금할 수 없기에 필자는 당부한다.


북한과의 입장에서 당당한 대한민국의 권위를 가지길. 미국과의 외교에서 외톨이가 되지 말기를. 일본 중국과의 관계에서 너무 척지지 말기를. 기업보다 우선하는 친노조 정책과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은 이미 부작용이 심각하다. 청와대 참모들의 선민의식 같은 우월한 도덕주의도 시장과 괴리를 빚고 있다. 유연하고 과감한 탕평책을 시행해 인사의 발판을 넓혀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기를. 자고로 최고지도자는 부국강병과 국태민안에서 백성들의 든든한 지지를 이끌어내어야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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