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을 살아오면서 군에 가서 6~7kg정도 살이 찐 것 외에 여태 몸무게는 거의 변한 적이 없었다. 전역하고 오래지 않아 옛날의 몸무게로 다시 돌아온 것을 보면 군에서는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견디는 방법으로 폭식하듯 과하게 먹은 것이 체중을 불리게 된 것일 테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관한 광고에서 ‘남자들은 피할 수 없는 중년의 뱃살, 고민하지 말고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하는 자극적인 선전문구도 필자와는 하등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필자에게도 중년의 뱃살이 찾아와 노크하더니 진득이 자리잡아버렸다. 왜인가 원인분석을 해봤더니 밤늦게 글을 쓴다고 부산을 떨면서 커피나 과자를 계속 집어먹은 것이 이유였다. 불면의 밤에 몰래 먹게 된 컵라면 같은 군것질거리가 원인이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결국 움직임보다 많은 음식들이 나의 체중을 불렸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꾸준한 운동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신문사가 있는 곳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당도하는 곳이 태화루이고, 그곳에서 15분 정도 더 걸으면 태화강공원의 십리대숲교에 닿고 바로 앞은 공연장이 있는 느티나무 광장이다. 하도 오랜만의 운동이라 처음에는 몸무게가 다소 버겁게 느껴졌지만 삼사일 지나니 한결 수월해졌고, 일주일이 되니 발걸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아뿔사,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여타 일정이 바빠 며칠째 운동이 중단된 거였다.
그사이 비가 제법 내렸던 날도 있었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고 서너 달 혹은 반년이면 예전의 가뿐한 몸무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필자가 산책 같은 운동을 하면서 누리는 내밀한 기쁨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또 덤으로 주어지는 것은 콘크리트로 도배된 도심의 황량함에서 태화루의 야경이 주는 운치를 매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쾌하며 청량감 스며있는 밤공기를 호흡하며 태화강의 산책길을 따라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이것이 자연의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때마침 물속의 고기들은 물살을 차고 솟구쳐 올라 ‘첨버덩’하면서 낙하한다. “나 여기 있소. 좀 쳐다 봐주쇼!” 하며 존재감을 뿜어내기라도 하듯. 태화강에서 주인 노릇하는 붕어인지 누치인지 가물치인지 ‘아따, 그놈 얼굴 한 번 보고 싶네 그려’ 태화강에서 유명한 떼까마귀들의 군무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야밤 산책길에 물고기들의 현란한 퍼포먼스는 오롯이 당사자들만의 전리품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태화루까지 오가는 15~20분 정도의 거리에는 항상 ‘담배연기 유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내게 길거리금연 단속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고 계도하고 싶을 만큼 담배연기는 운동하며 오가는 길에 곤혹스럽다. 당사자들은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인적이 드물어가는 야밤에야 끽연가들의 세상인 것이다. 태화강의 운치 좋은 풍경을 맛보았으니 그에 대한 세금을 물 듯 괴로운 담배연기는 잠시 숨을 참았다 부리나케 지나가야 한다. ‘애연가들이여, 길거리 끽연만은 자제를 당부하오. 부디...’
5월 태화강의 민낯은 봄꽃 무르익어 형형색색 눈부시다. 다소곳한 수레국화, 귀부인 같은 자태의 작약, 바람에 가볍게 몸을 내주며 하늘거리는 양귀비꽃의 고고한 듯 불그스레함, 안개꽃의 은근한 미소까지 전부 다 아낌없이 공짜관람이라니. 이번에는 국제재즈페스티벌까지 주말에 겹쳤는데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수많은 인파가 찾았고, 울산시는 8회째 태화강 봄꽃대향연을 무사히 치러냈다. 필자도 몇 차례 방문으로 봄꽃들과 데이트를 즐겼고, 축제기간 울산누리 7기 블로그기자단들과도 같이 현장을 탐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