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벚꽃 필 때 필자는 언양 사는 지인의 안내로 벚꽃의 자태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삼남읍사무소를 지나 차가 산중턱에 오르니 자수정동굴나라가 눈에 들어왔고, 굴곡진 길을 따라 서행하며 아랫길로 향하자니 이내 작천정이 나왔다. 작천정 물 흐르는 계곡에 자리 잡은 관광객 서너 명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쉬고 있었다. 평일이어서 한산해서 우리는 작천정 벚꽃거리를 음미하듯 천천히 걸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지인은 “이런 경치를 마음껏 구경하다가 시내에 볼일 보러 나가면 답답해서 서둘러 일보고 돌아온다”고 하고선 “이제는 도시보다는 자연의 풍광 속에서 늙어가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꽃구경을 실컷 한 우리 일행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지인의 말 속에서 잊히지 않는 것은 그렇게 찬연한 꽃들도 열흘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필자의 사무실에도 초봄을 알리는 천리향이 매년 꽃을 피우며 달콤한 향기를 발산하는데 열흘 남짓하면 향기를 더 이상 맡을 수가 없게 된다. 일전에 꽃대가 솟아오르며 나리꽃도 활짝 피었는데 먼저 나온 꽃대는 벌써 시들고 있고, 나중 나온 꽃대 하나가 막 절정의 때를 구가(謳歌)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런 꽃들의 피어남과 시듦에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어울린다면 권력의 속성에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빠질 수 없다. 권불십년은 ‘십년 가는 권력이 없다’는 말뜻대로 권력의 유한함과 허무함을 내포하고 있다. 일제 때 지식인으로서 미국유학을 통해 국제정세에 해박했던 이승만은 천황을 신으로 숭배하며 군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은 머지않아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내용은 그가 1941년 미국에서 영문으로 출간한 「일본내막기」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 이 책은 출간 초기에 별 반응이 없었지만 그해 12월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면서 일약 예언서로 불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든 것이 제2차 세계 대전의 원인이 되었다고도 주장했다. 나중에 대한민국을 건국한 초대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이승만은 반공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며 이 나라의 기틀을 세웠으나 4.19혁명으로 인해 자진 하야해 하와이로 망명 그곳에서 서거했다. 이승만 이후 이 나라에는 수많은 대통령이 선출되며 영욕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북한에는 김일성 일당 독재에 이어 아들 김정일과 손자 김정은으로 권력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분단 이후 혈맹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의 군사적 우위와 일제강점기에 비롯된 북한의 경제력이 월등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경쟁에서 한강의 기적을 통한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이겨왔다. 김정일 통치기간에 고난의 행군으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들이 발생해 북한 주민들이 죽어갈 때 우리는 3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이 땅에 정착하도록 힘써왔다. 북한은 3대에 이어진 세습 독재국가로 핵개발에 매진해왔다. 또 세계 10대 종교에 든다는 주체사상 같은 헛된 이념을 맹신하며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평화의 이름으로 남한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세력들의 북한을 향한 눈물겨운 추종이다. 정말 평화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혹세무민이 아닌가. 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주지 않고 적과의 동침으로 이 나라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 것인가. ‘지금 이 나라는 70년 전 광복전후처럼 이념전쟁터가 돼버렸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대선을 10개월 앞두고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한다. 십년 가는 권력이 없다고 한다. 어떤 미래권력이 이 나라를 이끌어갈지 궁금하고, 그에 못지않게 북한의 3대세습의 결과가 어찌될지 자못 궁금하다. 70년에 이어진 남북한 전쟁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