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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Aug 06. 2021

왕회장의 도전과 개척정신

 

굿뉴스울산 사무실 저녁 노을

여름이 시작될 때 신문사 사무실을 염포동으로 옮겨왔다. 울산에서 수십 년 살면서 차를 타고 항상 지나다니며 눈에 익숙한 길이었지만 아침저녁을 맞으며 두어 달 살아보니 이제야 차츰 정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염포(鹽浦)는 소금항구를 뜻하는 지명인바 이곳의 역사도 찬찬히 둘러보며 정다운 눈길을 보내어보고 싶지만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에야 할 수 없이 뒷일로 쟁여두어야 하는 노릇이 아닌가. 염포산이 바로 뒤에 있어 시내 쪽보다야 많이 시원하고 앞에는 울산대교를 끼고 있는 울산항이니 풍수를 살피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터에서 필자는 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을 다니다 퇴직한 건물주인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이곳의 물이 지하수라고 귀뜸해주었다. 일반 수돗물이 아니고 지하수라는 것은 왜 그럴까 머리를 굴려보니 행정구역으로는 북구인데 동구 쪽과는 멀고, 현대자동차를 앞에 두고 있는바 양정동 염포동과는 약간 별개로 위치한 마을에서 지하저장고가 있어서 수도를 연결해 수질검사를 통과하니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무더운 여름 땡볕에 더워서 후다닥 달려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정말 시원한 맛이 끝내준다.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아산로가 있어서 시내로 오가는 길에 정말 편리하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전액을 희사해 기부한 아산로는 일평생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경제발전에 앞선 정주영 명예회장을 기리며 건설한 도로이다. 전에는 현대자동차 앞 양정동과 염포동에 걸쳐 러시아워에는 병목현상과 정체로 차가 밀릴 때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었는데 필자는 아산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듯 쭉쭉 뻗어나가는 것이다. 마침 올해가 ‘왕회장’의 탄생 100년 된 것을 기념하며 전국으로 독후감 대회가 열렸기에 필자도 참여하면서 그의 내밀한 속내를 살필 수 있었고, 사진전시회를 하고 있었기에 직접 다녀오며 아산의 경영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필자가 아산의 경경철학에서 타고난 장사꾼의 기질을 가진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아트서비스센터’를 경영하며 자동차를 수리할 때 다른 정비소는 천천히 시간을 끌어가며 느릿느릿 일처리를 할 때 왕회장은 전광석화처럼 2~3일에 빨리 정비를  끝내버린 거였다. 왕회장의 이 전략이 잘 통한 것은 그 당시 소수의 부자들과 고관대작들과 관용차 위주로 타고 다니던 자동차는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발 빠른 그의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그를 찾아오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부유한 자들에게 비용이 더 정산된다한들 아까울 이유가 없었고, 하루라도 빨리 차를 운전하고 다니고 싶었던 까닭이다.     


또 하나 ‘왕회장’의 남다른 전략은 낮은 단가로 공개 입찰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업체에서는 ‘아니 저래가지고서 남는 것이 있을까?’ 할 만큼 과감하게 도전한 것이었다. 대신 그의 작전은 최대한 납기일을 앞당겨 고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그의 경영철학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받을 것은 신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가 6.25전쟁이 끝나고 처음 관급공사를 맡아 ‘고령교’ 다리공사를 하는데 준비된 장비가 거의 없었다. 모든 과정에서 사람들이 인력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물난리에, 난공사에 참으로 파산직전까지 이르러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기도 했지만  신용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는 구사일생의 위기를 딛고 그 공사를 끝까지 책임졌다. 그래서 현대건설이라는 작은 회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던 것이다. 아산의 전략을 요약하자면 첫째가 전광석화 같은 발 빠른 기술적 대응과 서비스요 둘째가 공사기일을 앞당겨 싸게 책정하는 가격이다. 무엇보다 그는 신용을 위해 목숨 걸다시피 한 전략으로 현대라는 세계적 기업을 유산으로 남겼다. 전후 모든 것이 핍절한 대한민국에서 신용 하나로 세계에 우뚝 선 그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그저 만들어진 영웅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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