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러시아 월드컵 관전평
대한민국이 독일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이구동성 환호하며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줬던 4강 진출의 감격의 순간으로 돌아간 듯 했다.
히딩크 감독의 조련 아래 수비수로 활약했던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내가 5년간 축구경기 해설을 맡으면서 그렇게 신신당부했고, 잘하기를 바랐지만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다. 왜 내가 실수를 탓하고 나무랐겠는가. 그러나 오늘 이 순간만큼은 우리 선수들을 마음껏 칭찬하고 응원하게 된다. 지금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또 한편으로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으로서 많은 반성도 하게 된다. 국가차원에서 유소년시절부터 선수발굴과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하지 않겠는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선수들과 한국축구에 더더욱 관심을 갖자”고 말했다.
그는 또 “꽃을 짓밟을 때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러나 짓이겨지면서도 꽃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그윽한 향기를 퍼뜨린다. 온갖 비난과 아픔을 감수한 우리 선수들을 이제 따뜻하게 품어주며 더 성숙한 자리로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사실 월드컵이라는 국제경기에서 패하지 않고 승리하며 한 골이라도 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은 그 전에 우승한 나라가 예선탈락하고 분루(憤淚)를 삼키며 짐 싸서 쓸쓸히 귀국길에 오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정상의 그 팀은 더 오를 곳이 없고, 상대팀은 수년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상대를 파악하고 전술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또 축구는 탁월한 선수가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려고 해도 예상치 않은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기도 하기에 경우의 수가 다양한 스포츠 종목이다.
2018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첫 상대는 스웨덴이었다. 스웨덴 선수들은 큰 신장의 우위를 점하며 우리보다 나은 기술과 잘 짜여진 전술로 경기를 펼쳤고, 대한민국은 김신욱의 장신과 헤딩골을 의지한 채 전술을 펼쳤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서 배치하지 않았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 결국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선수들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 경기는 멕시코와의 피 튀기듯 한 일전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막상막하의 대등한 경기를 펼치려고 해도 멕시코의 선수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우리 문전을 휘저었고, 결국 2골의 점수를 빼앗겼다. 후반전 추가시간에 손흥민 선수의 마지막 슈팅이 오초아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도 역부족일 만큼 상대의 그물망을 흔들며 시원한 골인을 기록했다.
손흥민 선수는 월드클래스 이름값에 걸맞게 멋진 골을 선보였지만 패배했기 때문에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어린 아쉬운 소회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중원을 지휘했던 기성용 선수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을 얼마 앞두고 종아리 부상을 입어 제대로 경기장을 뛰어다닐 수도 없었지만 이미 선수교체를 다 마쳤기에 이를 악물고 버티는 장면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필자는 독일전에 큰 기대를 하기 보다 지지만 말고 멋진 경기를 펼치길 바랐다. 그러나 예상외로 독일의 외질과 후반 교체된 밀러를 비롯한 선수들의 수많은 공격에도 수비수들의 몸 사리지 않는 투혼과 협력수비는 마치 예술작품처럼 착착 손발이 맞았다. 그리고 후반 김영권 선수의 기적 같은 골이 터졌다. 스웨덴과 멕시코의 경기 소식을 듣고 예선탈락을 감지한 뢰브 감독은 곧바로 총공세를 지시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상대 노이어 골키퍼까지 우리 공간 깊숙한 곳까지 내려온 것을 눈치 챈 수비수가 길게 걷어차 손흥민 선수에게 건넸고, 손흥민 선수는 골키퍼가 빈 골대 안으로 유유히 슈팅을 날려 또 한골을 득점했다. 경기장의 태극전사들은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현지에 원정 갔던 우리 응원단들은 하늘이 떠나갈 듯 함성을 내질렀다. 독일 모든 선수들과 응원단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굵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피파랭킹 1위 독일을 57위 대한민국이 2:0으로 짜릿하게 승리하는 것을 보고 필자도 기쁨의 눈물을 같이 흘리고 말았다. 큰 웃음이 나야하는데 기쁠 때 눈물이 왜날까. 그것은 기쁨의 눈물을 맛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체험이며 감동이다. 4년간 이날을 기다려온 대한민국 모든 태극전사들과 코치진과 신태용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