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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아당 Jul 22. 2024

사랑 대교<내가 섬이었을 때>

all 그림책 리뷰, 조경숙 글 그림.  이야기 월청상회

내가 섬이었을 때 표지


  이 그림책은 첫 면에 수많은 섬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바다 물에 갈라져서 떨어져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가끔 비바람이 치지 않더라도 나는 홀로 존재하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며 천둥이 칠 때면 아무도 내편은 없는 것 같을 때 나는 섬이 됩니다. 갑자기 외롭고 두려워지지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고 앞에 보이는 다른 섬에 다리를 놓아 봅니다. 함께 손을 잡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다리를 놓아도 저쪽 섬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애가 탑니다.


  그런데 저쪽 섬에서 다리를 놓아오고 있어요. 하지만 방향이 나와 맞지 않아 닿지를 않아요. 어긋난 버렸네요. 애써 다리를 만들어 왔는데 허사가 되었어요. 이번에는 양사방에 동시에 다리를 놓아보았어요. 한꺼번에 공사를 하니 튼튼하지 않고 무너져버렸어요.


  오래 변하지 않고 튼튼한 다리를 놓고 싶었어요. 시간이 많이 걸려요. 차근차근하다 보니 지체가 되어요. 저쪽에서 불평소리가 마구 들려와요. 다리를 놓는 일은 어려워요. 그만 내 영토 안에서 그냥 혼자 있을래요.


  가만히 눈을 감아요. 바다 깊은 어딘가에서 밝은 빛이 보여요. 우린 모두 손을 잡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린 모두 하나예요. 함께 있었단 말이에요. 섬으로 올라앉은 것은 저로 저마다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것이에요. 우리가 하나였다는 것을 본 순간 하늘에 무지개다리가 떴어요. 나는 어떤 향기를 뿜어낼지  마음이설레어요.


  바다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순간 섬들은 무지개로 연결되었어요. 섬들은 저마다 새로운 향기를 뿜어냈어요. 나는 어떤 향기를 뿜어낼지 오늘도 셀레어요. 이제 더 이상 다리를 놓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었지요.


  우리는 사람 사이 관계를 억지로 가까워지려고 애를 씁니다. 생각만큼 다가오지를 않습니다. 내가 잘해 준 만큼 돌아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런 관계는 목적이 사라지면 관계도 눈사람 녹듯이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순수의식으로 상대방의 영혼을 바라본다면 우리 사이에는 저절로 무지개다리처럼 친밀의 에너지 장이 생겨서 서로를 소중한 한 개인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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