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주 차, 내 삶의 전환점

by 운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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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10%와 그것에 반응하는 90%로 이루어진다.” ― 찰스 스윈돌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삶에는 돌아보면 분명히 “그때 이후로 나는 달라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꼭 거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였을 수도 있고, 뜻밖의 실패였을 수도 있으며,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느꼈던 조용한 밤이었을 수도 있다. 그 전환점으로 부정적으로 흘렀을 수 있고 긍정적으로 흘렀을 수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된다. 아, 그날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 놓았다는 것을.


전환점은 종종 아프게 찾아온다. 익숙했던 세계가 흔들리고, 내가 믿고 있던 방식이 더 이상 나를 지켜주지 못할 때,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이전과 같은 삶을 계속 붙잡을 것인지, 아니면 두렵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딜 것인지. 그 선택 앞에서 우리는 작아지고, 동시에 가장 진실해진다.


전환점은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동안의 나를 껴안고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다리일지도 모른다. 잘못 살아온 증거가 아니라,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겠다는 선언. “이대로는 안 되겠어”라는 절망 속에 숨겨진, 아주 작은 희망의 씨앗이다.


나에게 그런 전환점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찾아왔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인생은 분명히 달라졌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이름 붙이지 못한 채 쌓여 있던 감정들이 문장이 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로는 꺼낼 수 없었던 마음,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던 아픔과 바람들이 글 속에서는 비로소 자리를 얻었다.

가장 먼저 꺼내 쓴 이야기는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 어머니를 향한 나의 마음이 글로 표현되었을 때, 그동안 나를 붙잡고 있던 안개 같은 감정들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가슴을 누르던 마음이 형태를 갖자, 나는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해되지 않던 마음이 이해의 언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다음에는 내가 걸어온 길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흩어진 기억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우울함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쌓여왔는지를. 우울은 이유 없는 그림자가 아니라, 말해지지 못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인 결과였다.

글쓰기는 나를 바꾸기보다, 나를 이해하게 했다. 괜찮은 척 지나온 시간들, 애써 외면했던 장면들, 설명되지 않은 채 마음을 무겁게 하던 감정들이 글 속에서 제자리를 찾았다. 문장을 적어 내려갈수록 나는 점점 나와 가까워졌고, 아픈 기억을 다시 마주하면서도 도망치지 않을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허상이었다. 지금은 지나버린 내 기억 속의 일일뿐. 또한 어린 시절 내가 느낀 감정이었을 뿐, 진실은 왜곡되어 있었다.


내 삶의 전환점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었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말로 꺼내 보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그런 나의 전환점을 다시 불러와 보려 한다. 그 순간을 미화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때의 나를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며 묻고 싶다. 그 선택은 나를 어디로 데려왔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전환점 덕분에 무엇을 살아내고 있는지.

이 글은 과거를 평가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의 삶이 나를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또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나는 조용히 믿어본다.


심리학 코너 ― 삶의 전환점은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는가


심리학에서는 삶의 전환점을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화하느냐의 과정으로 본다. 같은 경험을 해도 어떤 사람은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차이는 개인의 강함이 아니라, 경험을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삶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관점에서 전환점은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고통을 다르게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에서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로 질문이 바뀌는 지점, 바로 그곳에서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와 연결되는 접근이 내러티브 심리치료다. 내러티브 이론에서는 인간을 ‘문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본다. 우리가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즉 자기 서사가 정체성과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환점이란 새로운 사건이 생긴 순간이 아니라, 기존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순간이다. 말해지지 못했던 경험을 언어로 꺼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저자가 된다.


뇌과학적으로도 글쓰기는 전환점을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시겔은 감정이 언어로 표현될 때, 뇌의 감정 중추와 사고 영역이 연결되며 심리적 통합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막연한 불안과 우울이 구체적인 말이 될 때, 뇌는 그것을 ‘처리 가능한 경험’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된다.


특히 반복적으로 눌러두었던 감정이나 관계 경험을 글로 풀어낼 때, 우리는 과거를 다시 겪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해석하게 된다. 이 재해석의 과정에서 “나는 왜 이랬을까”라는 자기 비난은 “그때의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자기 이해로 바뀐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치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번 주의 글쓰기는 삶의 전환점을 ‘특별한 사건’으로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만들기 시작한 작은 선택, 한 문장, 한 번의 멈춤을 떠올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순간을 다시 쓰는 일은 과거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연결해 주는 작업이다.

당신의 전환점은 이미 지나간 사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다시 바라보고 말로 붙잡는 이 글쓰기의 순간 또한 분명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오늘의 글쓰기 안내 ― 내 삶의 전환점 바라보기


이번 글쓰기는 삶을 바꿔 놓은 ‘특별한 사건’을 찾아내는 작업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기 시작한 순간을 천천히 돌아보고, 이해하려는 시간입니다.
잘 썼는지, 의미가 분명한지, 교훈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과거의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을 하나 또는 여러 개 적어도 됩니다.

글을 쓰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의 안내를 따라가 보세요.


1. 전환점이 된 순간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그 순간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어떤 선택,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꼈던 마음의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 내가 조금 달라졌던 것 같다”라고 느껴지는 장면이면 충분합니다.


2. 그때의 ‘사건’보다 ‘나의 상태’를 먼저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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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퇴직했습니다.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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