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주 차, 실망과 좌절에서 얻은 배움

by 운아당
KakaoTalk_20250302_163051170_01 (1).jpg 마음

“꺾이지 않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꺾여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강하다.” ― 나카무라 톈푸


넘어졌던 자리에서 피어난 성장


도전한 후에 우리는 항상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도전한 뒤 내가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이 곧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패라는 말은 늘 도전이라는 단어의 뒤에 따라붙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쉽게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마음을 더 정확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실패가 아니라 실망에 가깝습니다.
기대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 내가 바랐던 그림과 달라서 생기는 마음의 낙차 말입니다. 실망은 결과에 대한 감정이지, 시도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망한 마음 앞에서 스스로에게 너무 쉽게 실패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는 순간 잘하지 못했던 장면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결과, 되돌리고 싶은 선택들이 ‘실패’라는 한 단어 안에 묶여 버립니다.
경험은 사라지고, 자기 평가만 남습니다.


그래서 실패라고 여기는 순간, 배움보다 먼저 부끄러움이 찾아옵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나는 역시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경험보다 앞서 나오고, 실패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나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남아 오래 마음을 누르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삶을 실제로 바꾸어 놓은 순간은 대개 성공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넘어졌던 자리,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스스로가 가장 작아 보이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왔습니다.


얼마 전, 우리 손녀가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주변에서는 모두 잘했다고 축하해 주었지만,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작년에는 금상을 받았고, 이번에는 친한 친구가 금상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회는 누가 시킨 것도, 억지로 나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신청했고, 원어민 선생님과 수없이 연습하며 무대에 오르기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데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번 결과를 실패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기대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해 생긴 자연스러운 실망이었습니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상장 하나를 만들어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이름하여 도전상이었습니다. 상장보다 도전하는 그 태도에 상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더 잘하고 싶어서 도전했기 때문에 이 경험이 있는 거야. 이번에는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너는 작년보다 더 많이 공부했고, 분명 더 배웠고 너의 영어실력은 더 유창해졌어.”

나는 오히려 지난번보다 더 큰 격려금을 건넸습니다. 잘해서가 아니라, 도전하는 용기가 기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패는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해보았다는 증거라는 것을.
넘어졌다는 것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뜻이고,
부딪혔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갔다는 흔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실패는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 무리해서 지켜왔던 기준, 그리고 이제는 조정해도 괜찮을 선택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나는 무엇이든 시도할 때 그 과정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을 지나온 나 자신에게 “잘 해냈다”고 말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주 글쓰기는 실패를 미화하거나 억지로 긍정하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다만 그 경험을
조금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며 이 질문을 건네보려 합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아직도 아프게 느껴진다면 굳이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그 시간을 지나온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내려놓게 되었는지 차분히 적어보면 충분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운아당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2019년 퇴직했습니다.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합니다.

12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2화20주 차, 나는 언제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