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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태 변리사 May 17. 2024

특허 포트폴리오의 역할 - 경쟁사의 비용 증가

삼성 스타일러가 에어드레서보다 7년이나 늦게 출시된 이유

https://brunch.co.kr/@goodpat/52

기업이 특허를 보유하는 목적은 특허권의 독점력을 통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단일 특허보다는 다수의 특허로 구성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함은 지난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측면에서 특허 포트폴리오의 역할을 살펴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특허 포트폴리오가 경쟁사의 비용(cost)을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비용이란 금전(money) 뿐만 아니라 시간(time)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특허 포트폴리오가 경쟁사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이유


어떤 기업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타사의 특허를 발견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특허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문제되는 특허의 권리범위를 회피하여 제품의 설계를 변경하거나 또는 해당 특허를 무효로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든다는 것입니다.


등록특허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특허의 권리범위를 면밀히 분석하여 구현 가능한 회피안을 도출하고, 도출된 회피안의 기술적으로 타당한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품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대체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허의 권리범위가 넓을수록 대체기술 개발의 기술적 난이도 또한 증가하게 됩니다.


특허의 무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특허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리사 등의 전문가를 선임하여 특허에 무효 사유가 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어렵게 무효 논리를 마련하여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심결이 나오기까지는 6개월 내지 1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상대방이 심결에 불복하여 항소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길게는 2~3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단일 특허보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회피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문제되는 특허가 하나 뿐이라면 경우에 따라 어렵지 않게 무효 또는 회피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다수의 특허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상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문제가 되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회피하거나 무효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특허 포트폴리오를 무효로 만들거나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대체기술의 확보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시간과 추가 개발비용을 소모한 이후일 것입니다. 


반대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은 그 만큼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제품 개발 주기가 빠른 경우에는 불과 수 개월의 차이도 엄청난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 독점이 아닌 경쟁 우위의 확보


앞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의 목적을 경쟁사의 시장 전입 저지를 통한 시장 독점에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이상적인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더라도 언젠가 이를 대체할 기술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엘지전자는 2011년 스타일러를 최초로 출시하면서 매년 수십 건의 특허를 출원했지만 결국 삼성전자가 경쟁 제품인 에어드레서를 출시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엘지전자는 특허전략에 실패한 것일까요? 관점을 바꾸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기업에 겅쟁 우위를 가져다주는 도구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경쟁 우위란 쉽게 말해 경쟁사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내놓는 능력입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합니다. 경쟁사의 비용 증가는 곧 우리의 경쟁력 증가와 같은 의미입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에어드레서를 출시한 것은 스타일러 출시 후 7년이 지난 2018년이 되어서입니다. 또한 스타일러의 핵심 기능 중 일부는 여전히 에어드레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스타일러는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여러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특허 포트폴리오 또한 경쟁사 제품의 출시 지연과 점유율 방어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임은 자명할 것입니다.

(참조: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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