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머문 곳 #161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을 듣고 나면,
음악이 끝났는데도 몸 어딘가에서 여전히 리듬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든다.
선율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박동이고,
화성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반복이다.
이 교향곡은 설명하려 들수록 멀어지고,
가만히 두면 스스로 말을 건다.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아마도 그는 말하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움직이고 싶었을 뿐.
1악장은 장대한 서주로 시작된다.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듯 음악은 길을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길 위로 리듬이 걷기 시작한다.
걷던 발걸음은 달리기로,
달리던 움직임은 춤으로 바뀐다.
이 작품이 “춤의 아포테오시스”라 불리는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리듬은 배경이 아니라 중심이고,
음악은 흐르기보다 진행한다.
2악장 알레그레토는
이 교향곡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악장이다.
느리지만 정지하지 않고,
반복되지만 무감각해지지 않는다.
마치 혼자 걷는 산책길처럼,
혹은 같은 생각을 되짚으며 이어지는 밤의 발걸음처럼
이 음악은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 악장을 듣고 있으면
슬픔이라고 부르기엔 담담하고,
위로라고 부르기엔 너무 솔직하다.
그저 살아 있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3악장은 다시 몸을 깨운다.
빠르고 가볍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또다시 달린다.
그리고 4악장에 이르면
음악은 더 이상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는다.
리듬은 넘쳐흐르고,
에너지는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것은 종결이라기보다,
마치 삶이 계속된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이번에 머문 연주는 1927년 녹음이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향은 현대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연주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직접성이 있다.
리듬은 계산되기보다 분출되고,
음악은 설명되기보다 밀어붙여진다.
시간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교향곡과 잘 어울린다.
리듬은 시대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교향곡 제7번은
어떤 풍경을 그리지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음악이 끝난 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몸 어딘가에서 여전히
박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늘, 음악은
멈추지 않는 움직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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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 작품 92
1악장: Poco sostenuto · Vivace
Philadelphia Orchestra / Leopold Stokowski (1927)
11:12
2악장: Allegretto
Philadelphia Orchestra / Leopold Stokowski
21:20
3악장: Presto
Philadelphia Orchestra / Leopold Stokowski
29:39
4악장: Allegro con brio
Philadelphia Orchestra / Leopold Stokowski
감상 링크 : [ https://youtu.be/d-nXxyLj9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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