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소나타 #4 (The Hunt와 초기걸작)

음악이 머문 곳 #172

by 생각의 정원

음악이 머문 곳 #172


고전주의 피아노 소나타 – 베토벤 #4


The Hunt와 초기 소나타들


베토벤의 음악을 떠올릴 때
우리는 종종 ‘운명’, ‘투쟁’, ‘비극’ 같은 단어부터 꺼내 든다.

하지만 그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에는
그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고통보다 움직임,
비장함보다 균형,
격정 대신 명료함이 먼저 다가오는 음악들이다.

오늘의 음악은
그런 베토벤을 만나는 시간이다.


밝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음악


이번에 머문 작품은
피아노 소나타 18번, Op.31 No.3,
별명으로는 「The Hunt」라 불리는 곡이다.

이 소나타에는 느린 악장이 없다.
대신 빠르고 유연한 악장들이 서로를 밀어내듯 이어진다.

사냥이라는 별명처럼
음악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리듬은 발걸음처럼 분명하고,
유머는 형식 안에서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베토벤은 여기서
비극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형식 속에서 움직이는 즐거움을 보여준다.


아직 젊은, 그러나 이미 단단한 작곡가


함께 수록된 초기 소나타들—
Op.2와 Op.10에 속한 작품들—은
베토벤이 얼마나 치밀하게 고전주의를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선율은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고,
구조는 정돈되어 있지만 기계적이지 않다.

이 음악들에는
‘혁명가’라는 이미지 이전에
성실한 장인으로서의 베토벤이 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언어를 배운 뒤,
그 언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던 시기의 기록이다.

음악이 머무는 자리

이 시기의 베토벤 소나타들은
어떤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정돈된 생각처럼,
잘 정리된 하루처럼
우리 곁에 잠시 머문다.

집중이 필요할 때,
혹은 아무 말도 필요 없는 오후에
이 음악은 조용히 자리를 내준다.


트랙리스트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연주: Paul Pitman

Piano Sonata No. 18 in E-flat Major, Op.31 No.3 “The Hunt”

I. Allegro


II. Scherzo (Allegretto vivace)


III. Menuetto (Moderato e grazioso)


IV. Presto con fuoco


Piano Sonata No. 3 in C Major, Op.2 No.3

I. Allegro con brio


II. Adagio


III. Scherzo (Allegro)


IV. Allegro assai


Piano Sonata No. 2 in A Major, Op.2 No.2

I. Allegro vivace


II. Largo appassionato


III. Scherzo (Allegretto)


IV. Rondo (Grazioso)


Piano Sonata No. 6 in F Major, Op.10 No.2

I. Allegro


II. Allegretto


III. Presto


(All recordings: Public Domain / Musopen.org)



감상 링크 : [https://youtu.be/Tsb-S-kpQ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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