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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Mar 23. 2016

비명수(悲鳴樹)

생이 지속될수록

잎은 게워지고 잔가지는 늘어만 간다

못다 한 말들은 싸리눈으로 차곡히 쌓여왔고

이젠 먹어야 할 볕을 가려 나무는 충분히 노목처럼 보인다


날짐승 날갯짓에도 휘청일 썩은 뿌리로

가지에는 아직 놓지 못한 것들만 잔뜩 걸려있으니

지나는 이 하나 빠짐없이 흉물이라 부르는 내 삶은

돌이켜보면 도끼날에 찍혀댄 날과

불운이 옮을까 버려진 날이 절반씩으로

여지없이 아프기만 했고

때문인지 몇 없는 잎에 

바람 스치기라도 하면 비명소리가 났다


더 이상 휘청이지조차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곧 들이닥칠 다음 바람에 남은 모든 잎 털어 보내니

비명소리 들리거든 그대 나무로 오라

와서 타들어가는 내 넋의 마지막 울림을 들어달라





사진 출처 : https://www.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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