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잘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적란운처럼
마르지 않는 눈물샘을 가진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어느새부턴가
범람하는 슬픔을 막기 위해
관계에 댐이라도 지었던 것인지
그대는 소리소문없이 그 많던 눈물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댐이 무용이되던 날
둑을 터트리며 쏟아져나온 슬픔들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리란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살려달란 말 조차 얼려버리는
무자비한 빙하수에 잠겨
나는 그대가 차곡차곡 쌓아온 절망을
단 번에 들이켜야만 했다
나는 빙하수에 잠긴채, 그 위를 걷는 그대를 바라본다
급류에 쓸린 비명은 아득한 곳에서 울리고
멀리서 바라본 그대는
잘 살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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