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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Oct 09. 2021

갈등하는 케이, 팝

: <갈등하는 케이, 팝>, 이규탁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0. 작년 JYP에서 NiziU(니쥬)라는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K-POP' 걸그룹을 런칭했습니다. 등장과 동시에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 그룹은 케이팝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으로 많은 의견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이 없는데 어떻게 케이팝이냐?' 'JYP에서 케이팝 걸그룹이라 말했고 한국 회사에서 만들었으니 케이팝이다'  이 정도로 크게 두 개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케이팝, 스웨디시팝, 라틴팝>


1.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 전 세계적인 음악의 인기를 얻고 있는 국가는 어디가 있을까요? 스웨디시팝, 라틴팝, 케이팝 정도가 떠오릅니다. 단순히 음악적으로 뛰어난 인종이라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스웨디시팝은 좁은 내수 시장으로 인해 글로벌 취향을 겨냥해서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동시에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하므로 영어 앨범 제작에도 수월했지요. 그러므로 해외 시장 공략에 산업 역량을 집중하였습니다. 정부도 대중음악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을 내놓을 정도였습니다. 



3. 다시 말해 '글로벌 보편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4. 라틴팝은 독자적인 스타일의 리듬과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어 가사를 사용하죠. 이것이 뜻하는 것은 스페인어권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어찌 보면 국가 정체성이 없이 전 세계를 포괄하는 것입니다. 아시아, 영미권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5. 즉, '지역의 특수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6. 케이팝은 스웨디시팝처럼 좁은 내수로 인하여 음악의 형태에서 '글로벌 보편성'을 가지고 가는 동시에 언어·인종·민족·문화적 특징 때문에 '지역의 특수성'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팬덤 문화, 다인원 그룹, 기획사-아이돌 시스템 같은 특징도 그 차별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7. 정리하자면, 케이팝은 스웨디시 팝과 라틴팝의 장점을 수용하여 성장한 케이스입니다.




<케이팝의 정체성의 혼란>


8. 케이팝은 한국이라는 특정한 국가와 깊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국경을 초월하는 초국가성을 지향합니다. 이것은 케이팝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두 가지 상호 대립적 지역 문화로서 K의 특수성과 글로벌 대중음악 장르로서 팝의 보편성에 기인합니다.



9.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내와 해외 시장 사이에는 다양한 균열과 갈등이 일어나며 케이팝 신에 새로운 의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화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케이팝의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국가적인 글로벌 음악을 지향하면서도 케이팝이 내재한 지역성, 즉 한국성을 완전히 폐기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10. 케이팝이 록이나 힙합처럼 음악적인 특성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성과 문화적인 특징 및 스타일로 규정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11. 케이팝 비즈니스 모델의 현지화를 통해 탄생한 가수, 또는 한국에서 기획한 외국인 그룹처럼 실연자와 타깃 수용자 모두가 외국인인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케이팝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통한 보편화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된다면 케이팝은 이제 음악 장르라기보다 일종의 '기술적인 모듈', 즉 정형화된 생산 방식에 그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케이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포맷인 <프로듀스101>의 중국 현지화 버전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 케이팝이 아닌 중국 대중음악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12. 하지만 케이팝의 본성인 민족주의적인 성향은 케이팝이 완벽하게 초국가화, 또는 탈국가화되는 것을 끊임없이 제지하고 다시 한국의 음악으로 회귀시킵니다.





13. BTS의 성공 요인은 지극히 케이팝스러운 미덕에 기반합니다. 아무리 '케이팝 표준화 모듈'을 적용하여 만들어진 현지 대중음악이라고 할지라도 '오리지널'인 케이팝을 쉽게 대체하기는 어려우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14.  따라서 케이팝만을 한국 문화·음악 산업의 맥락에서 따로 분리하여 '모듈' 혹은 '독립적인 장르'로 이해하는 것은 다소 편향된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케이팝에게 '본진'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규탁, <갈등하는 케이, 팝>, 스리체어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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