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먹고 생긴 란제리 취향
엄마는 늘 면으로 된 속옷을 사줬다. 엉덩이를 다 감싸고도 넉넉한 면팬티를 입고 자란 내가 언젠가부터 섹시미를 팡팡 풍기는 레이스 란제리를 입기 시작했다. 속옷은 안에 입는 옷이니까- 늘어나거나 색이 바래도 전혀 신경 쓰질 않았던 지난날이 있었는데 말이지. 그러고 보니 늘어난 팬티를 대충 옷장에서 꺼내 입은 날은 이런 걱정을 하긴 했던 것 같다. '아 오늘 이러고 입고 나갔다가 혹시라도 속옷 차림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일은 없겠지..’
지금은 다르다. 몸에 꼭 맞는 섹시한 속옷을 입는다. 그런 날은 괜시리 자신감이 생긴다. 나만 보는 옷인데도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서 예쁜 속옷을 골라 입는 걸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다. 좋아하는 속옷을 필요할 때 입고 싶어서 나는 더 부지런해졌다. 밀리지 않게 빨래를 한다던가 아니면 마른 속옷을 이쁘게 개켜놓는다거나 하는. 아, 그러고보니 좋아하는 속옷을 이쁘게 입고 싶어 운동도 한다.
더불어 옷 입기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란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은 이유도 있고, 좋아하는 옷을 입으려고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도 있을 거고, 맘대로 옷을 입을 때마다 남자 친구에게 칭찬 받은 덕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지고 있는 옷은 몇 벌 없는데 요즘은 예전보다 더 재미나게 옷을 입는다. 나 스스로 내가 누군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취향이 생기고 삶이 편해졌다. 좋아하는 게 명확해져서 내 스타일이 아닌 것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덕분이다.
이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분명히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나이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서른 되게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