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odthings Sep 29. 2023

(단편소설) 사돈끼리 스위치

제1장. 일주일에 첫 번째 날

이제 막 6월에 접어들었는데, 거리에 이곳저곳에서 이구동성으로

“아휴, 사람 잡네. 칠, 팔월 되면 도대체 얼마나 푹푹 찌려고 그러는 건지~”

습한 날씨라서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을 텐데, 하늘은 매정하게 돋보기로 쬐는듯한

강열한 햇빛만 내려주어 사람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거리에서 높은 건물 사이의 그늘진 곳을 걷는 것은 그나마 괜찮은데 빌딩숲이 없는 곳에서의

더위는 그야말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기후이상현상이 생겨나면서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바뀐 지 오래이다.

이렇게 더울 때는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쇼핑하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 쾌적하고 시원한 곳에서 먹거리를 찾아서 오는 사람들이

어느 백화점에 가보아도 상당히 많았다.

L백화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카센터를 하는 민준이는 등이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백화점 안으로 들어왔다.

차를 타고 오면 오히려 주차도 해야 하고 번거로움이 많다고 생각하고 걸어온 것이다.

(혼잣말로) “이제 결혼 20주년인데 뭘 선물해야 하지. 괜히 쓸 때 없는 것 샀다고 핀잔 듣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민준은 시식코너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침부터 차량 정비일들이 밀려 있어서 물 한잔 먹을 시간도 부족했었다.

요즘은 차량정비업체들도 최첨단 장비를 가져다 놓고 하는 곳들이 늘어서, 이른 시간에라도 손님이 온다고

하면 어떻게든 나가서 열심히 일을 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만 유지가 될 정도로 고객입장에서는 쵸이스가 차고도 넘쳤다.

민준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인지, 국수 한 그릇을 시켜서 마시다시피 먹고서 여성용 가방 코너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했는데, 한 여성의류매장에 민준이 엄마가 보였다.

민준이는 근처에 가서 불렀다.

“엄마. 이 시간에 백화점에 웬일이세요. 뭐 살 거 있어서 온 거야.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가 이런 옷 입으신 적을 본 적이 없는데...

엄마옷 사러 오신 거예요. 아버지는요? 엄마 옷 입는 취향이 바뀌셨나. 화려한 색상도 좋네. 시도해 봐요.

나이 드실수록 화려한 색상을 입어야 한데요.”
 장모는 민준이를 쳐보면서 “뭐. 엄마~라고” 하려는 순간에 의류매장에 전신거울이 민준의 엄마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란 장모“최 서(방)~ 아니 아니… 잠시만 나 화장실에 다녀올게.”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 안에 거울을 보고 스스로 뺨을 때렸다.

(혼잣말로) “이게 뭐지. 뭐가 잘못 됐나! 꿈인 거지. 내 얼굴이 왜 사돈얼굴처럼 보이지. 꿈일 거야.”

스마트폰을 꺼내보아도 본인 것이 아니었다. 지갑 속에 신분증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모두 사돈의 것,

인서의 엄마가 아닌 민준의 엄마 것이었다.

은행 앱을 열어서 지문인식을 하니 그것도 아무 문제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생각들만이 "인서 엄마, 민준이의 장모"였다.


그 순간 형체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데 거울 안에서 한 남자가 나타나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사위가 못마땅합니까? 우리 천사들이 하늘에서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이렇게

내려온 거예요. 오늘부터 일주일간 사위의 어머니와 당신이 스위치 된 겁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려고도 마세요. 누구도 믿지 않을 테고 미친 사람 취급 당할 수도 있어요.

이런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일주일이 한 달, 두 번 어기면 1년, 세 번 어기면 10년 이렇게 계속 늘어나서

평생 사돈으로 불편하게 살아야 할 수도 있어요. 명심하세요. 못 믿겠으면 화장실에서 나가서 첫 번째

신발코너에서 검정옷 입은  중년 여성이 10켤레의 신발을 사갈 거예요”

그리고 천사는 사라졌다.


사위, 민준이가 바람을 피운다거나 도박을 해서 미운 것은 아니었다.

착실하고 흠잡을 때가 없기는 하지만, 비교라는 것이 시작되면 평범함 자체도 못남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모임에 나가면 여편네들이 사위 자랑을 워낙 많이들 하고 있어서 인지

아니면, 인서를 데리고 가면 일을 절대 안 시킬 것이라고 해놓고 카센터에서 바쁠 때는 일을 거들게 하는 것을 수차례 보고 나서 그런 건지 사위가 그냥 부족하게 느껴졌고, 딸 고생 시키는 것이 싫었다.


화장실에서 나가서 보니 검정옷 입은 중년여성이 신발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계산을 하고 있었다.

천사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이 됐는지 신발박스를 세기 시작하였다.

1,2,3,4,5.... 10. 10켤레였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정확하였다.

사돈얼굴을 한 장모의 전화에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민준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장모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 빨리 나오세요. 나 선물만 사고 바로 나가야 돼요.

엄마가 이게 좀 어떤지 봐줘요.”

전화를 끊자마자 급하게 나갔다.
 저만치에서 민준이는 손을 흔들면서 엄마한테 빨리 오라고 했다.

“엄마, 이거 어때?"

엄마의 얼굴로 바뀐 장모는

“그건 인서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어깨에 멜 수도 있고 물건 많이 들어가는 것 그런 것 좋아하지 않을까.”


“엄마, 며느리 취향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셨어요. 많이 들어가고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것 까지요.”

당혹해하면서 장모는

“여자들 쓰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런 거잖아.”


“엄마말이 맞네. 남자들은 그냥 호주머니에 이것저것 넣어가지고 다니고 가방 같은 것은 귀찮아하니까요.

엄마 집에 몇 시에 들어가실 거예요. 제가 오늘 집에 잠깐 들르려고요. 아버지도 뵌 지 좀 됐고 해서요.”


“그래. 알았다. 빨리 가게 가서 손님 받고."


“엄마, 전에는 내손 보더니 쉬엄쉬엄 하라고 해놓고, 우리 엄마 왔다 갔다 하시네. 하하.  알겠어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오래 비우지 못해요. 이거 샀으니 가려고요. 엄마 있다 봬요.”

장모는 사위가 가게로 돌아간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 잡혔다.

사돈집에 어느 아파트인 줄은 아는데 몇 동 몇 호인 지는 알지 못했다.

집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면 “치매”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장모는 바깥사돈

카톡으로 친구가 해외에서 선물을 보내려 한다고 주소지를 영문으로 바꿔서 보내달라고 했다.

5분쯤 지났나 카톡이 왔다.

“ 27**Ho 1** Dong, *** Apartment………”

장모는 이 주소를 보고서 찾아갔다.

벨을 눌렀다.

바깥사돈은 “나갈 때 키 안 가져갔어. 깜빡했나 보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서 문을 열어주었다.


“민준이 만났다면서, 좀 전에 카톡 왔더라고. 있다 온다고 하던데.”

힘없는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을 하자 민준이 아빠는 “어디, 아픈 거 아냐. 목소리가 왜 그래.”


“아니에요. 피곤한가 봐요. 나 방에 들어가서 좀 쉴게요.”


“여보. 방에 간다더니 화장실 쪽으로 왜 가는 거야. 안 쓰던 존댓말까지 쓰고 ”


“아니, 잠시 화장실 들렸다 갈려고요. “


“감기 온 거 아냐. 좀 쉬다 나와.”

장모는 일주일만 잘 지나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일주일이 몇십 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혼잣말로 한숨을 쉬면서)

"안사돈과 내가 바뀌었다면 , 그럼 우리 집에 있다는 말이네. 불편하게 말이야. 집안살림 다 둘러보겠네.

이게 그냥 꿈이면 좋겠다." 하면서

볼을 살짝 꼬집었다.

통증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고, 너무 생생한 실제상황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러면 좋을 텐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