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by 굿웨이


"마음이 가난해져서 일이 조금만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고 눈물이 나"


두 달간 주말도 반납해가며 일하던 아내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두 달 전만 해도, 한 달 뒤면 바쁨도 이사도 끝날 테니 우리 삶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자고 다짐했었다. 시나리오도 쓰고, 운동도 하고, 건강한 밥을 차려 먹고,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동네를 거닐고,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책을 읽고 각자 작업도 하자고. 결혼 후 마주한 행복의 순간들에 작은 필름 인덱스를 하나씩 붙여두듯, 우리는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며 살았다. 곧 다시 그 인덱스를 펼쳐 읽고, 보고, 느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터져버렸다.


정신없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도 행복은 점점 멀어졌다. 급류에 떠내려가는 행복을 붙잡으려는 심정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숙소를 찾는 일은 늘 아내의 몫이었고, 그녀는 열심히 찾아내어 내게 보여줬다.

2박 598,000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근데 2박에 60은 너무 비싸지 않아?"


그리고 또 터졌다. 아내의 눈물. 아내는 말했다.

“요즘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화가 나. 우리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아.”


일요일임에도 출근해야 했던 아내는 씻으러 나갔고, 나도 곧장 욕실로 들어가 급히 예쁜 카페를 검색했다. 면도를 하고 머리를 만진 뒤, 마치 결혼식에 가는 사람처럼 단정히 꾸몄다. 출근 전 잠시라도 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곧 카페로 향했다.나무로 둘러싸인 카페엔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아내와, 멀어져가는 행복을 붙잡지 못하던 나는 그 풍경 속에서 잠시 멈췄다. 카페 책장 한쪽에서 <좋은사람도감>을 발견했다. 아내가 읽고 싶어 하던 책이었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조용히 먹는 사람, 발표할 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 일상 속 사소한 친절들이 좋은 사람으로 기록된 책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필요한 건 도피성 여행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필름 인덱스를 붙여두었던 사소한 행복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다짐했다.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지만 지켜내지 못했던 약속을, 이제는 아주 작은 순간들로 다시 채우기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행복을 하나하나 마킹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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