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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구거투스 Nov 08. 2016

열린 마음이 가져오는 적극적 행동과 열정

영일고에서 내가 배운 것 #10

글, 김지현(35회. 2016년 졸업)



40년 뒤, 60살이 된 나에게 누군가가 질문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지.

“2013년, 고등학교에 첫 발을 내딛던 때로 가고 싶네요.”


‘고등학교’, ‘고등학생’, ‘고교 시절’ 등의 단어는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님에도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그 많은 생각들은 다들 각자 출발했으면서도 결국, ‘그리움’으로 모여든다. 물론 그 시절 동안에 행복한 일들, 즐거운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불행하고, 힘들고, 슬펐던 일들도 많았다.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듯 기쁨과 슬픔이 모여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려 나갔다. 그 그림의 도화지는 나의 모교,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영일고등학교’였다.


[사진 설명]

*왼쪽: 고3 시절, 후배들이 해준 수능 응원. "고마웠어 얘들아!"

*오른쪽: 졸업앨범 찍던 날, 모든 게 즐거웠다. ^^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사실 영일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크게 꼽아보자면 첫째로는 같은 재단의 중학교를 다니던 나는 같은 교정을 6년이나 거닐기 싫었고, 둘째로는 어린 마음에 집에서 나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영일고등학교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다. 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설득에 다시 생각했고 떨떠름함을 안고서 영일고등학교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인생에 있어 손에 꼽힐 만한 좋은 선택이 되었다. 이 글로써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그때 저를 설득해주셔서 감사해요!"


영일고는 같은 지역의 여느 학교와는 무언가가 달랐다. 예를 들자면, ‘1인 1악기’, ‘다도예절 수업’, ‘합창’ 등 많은 프로그램이 그랬다. 자습 중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질의응답실’이 그랬고 학생들이 수업을 이끌어가는 ‘하브루타식 수업’ 또한 그랬다. 전교생이 영팀과 일팀으로 나뉘어 청백전을 벌이던 ‘체육대회’가 그랬고, 매달 4시간을 정말 꽉꽉 채워 활동하던 ‘동아리활동’과 ‘봉사’, ‘토요스포츠데이’가 그랬다. 이런 고등학교의 시스템은 학생들을 살아있게끔 했고 살아있는 학생들은 통통 튀게 만들었다. 우리는 생기를 가득 머금은 그런 학생들이 되었다. 내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 그리고 내가 그랬다. 글로써 다 전하지 못할 독특함과 신선함 그리고 즐거움이 존재했다.


▲ 영일고에서의 즐거웠던 체육대회!



나는 대학생이 된 지금도 종종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즐거움들 외에도, 그때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낸 ‘좋은 사람들’ 때문이다. 특별한 시스템 속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유럽 여행 중에 만난 한국인과 빨리 친해지고 또 그 사이에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것이 있듯. (조금 이상한 비교 같지만 이런 느낌이다!) 특별한 학교와 특별한 사람들은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 올해 4월과 11월에 있었던 ‘나이팅게일 선서식(나선식)’이에요. 사진은 대학교에서 제가 활동 중인 ‘보동보동’이라는 동아리 선배님들과, 동기들입니다. 간호학도로서, 또 미래의 간호사로서 임상 실습을 나가기 전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합니다. 내년이면, 저희도 '나선식'을 하게 되는데 벌써부터 설렙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사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면 굳이 손을 들어 참여하지 않았고, 친구들의 움직임에 휩쓸려 가던 아이였다. 그런 내가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법’을 알고 ‘내가 No! 를 외친다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안다. 내 머릿속 말을 더 이상 담아두지 않고 논리적으로 동시에 상대방을 고려하며 꺼내어 놓을 줄 안다. 그리고 시나브로 커진 변화는 이제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걸어와도 당당하게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는 외국인이 길을 묻는 상황이 닥치곤 하는데, 그때는 적극적으로 몸을 쓰며 말할 수 있어졌다!) 글을 쓰며 대학교 친구에게 ‘내가 중학교 때는 되게 소심하고 조용했던 것 같아.’라고 하니 ‘소심은 모르겠는데 조용했던 건 좀 아니다.’라고 한다. 역시, 중학교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다르다. 신기할 정도로.


이 사진들은 수성못 페스티벌에 대학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간 사진입니다. 대학에 오면서 새로운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좋은 경험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나는 조별과제를 할 때 대부분 ‘발표’를 맡는다.(‘맡게 된다’는 표현도 적절한 듯싶다.) 발표하는 것에 익숙하고 발표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학’, ‘인문학’ 같은 강의에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때도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살아있는 학생이 된다. 또 수업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공감하며 들어줄 줄 알고 또 경청하며 조언을 해주는 것이 당연해졌다. 무엇보다도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 한마디로 나는 내 일상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게 되었고 ‘내 삶의 주인’이 되었다. 여기에는 ‘고등학교 때 겪은’ 다양한 경험들과 사람들이 영향을 끼쳤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배워야 할 것이 아주 많고 겪어야 할 일이 아주 많겠지. 가깝게는 대학교에서 전공을 배우며 졸업하기까지 배우는 것이 많을 테고, 그것들 중에는 지식뿐 아니라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또 멀게는 내가 늙는 그 순간에도 배울 것들이 많을 것이다. ‘영일고등학교에서 공부한 경험’은 나로 하여금 배우는 자세를 갖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오는 일들에 대해서도 나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들을 배울 것이다.


▲ 서울 여행 사진 1, 2

올해 여름방학, 서울에 있는 언니 집에 머물며 서울 여행을 했어요. 대학에 진학해서 가장 좋은 점은 ‘나만의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며 공부할 때는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하나둘씩 하며 보는 눈도 넓히고 여러 가지를 접하며 20대를 재밌게 보내고 있어요!



글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읽는 중학교, 고등학교 또는 그 전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등학교 3년은 결코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 3년은 여러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말이다. 나는 운이 좋은 편으로, 환경적 조건이 잘 충족된 학교에서 긍정적 영향을 받으며 3년을 지냈다. 만약 시스템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곳일지라도 중요한 것은 ‘여러분’ 당신이다.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

추상적으로 읽힐지 몰라 예를 덧붙여야겠다. 만약 영어로 기사를 쓰고 싶은데 그럴만한 동아리가 없다면, 주변 사람들을 모아(물론 비슷한 것을 하고자 하는)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활동하는 것이다. 또 어떤 것을 전공으로 선택해 깊게 배우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무작정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먼저 큰 틀을 먼저 잡자.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생명과학, 이런 세부적인 것을 당장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과학이 좋아.’, ‘나는 외국어가 좋고 외국어로 된 문학을 공부해보고 싶어.’ 등의 큰 틀 말이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해나가는 것이 모이고 모여, 의미 있는 3년을 채울 거라고 확신한다.


열린 마음이 가져오는 적극적 행동과 열정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내가 ‘영일고등학교에서 배운’ 가장 큰 것이기 때문에.


▲ 서울 여행 사진 3, 4



글, 김지현(35회. 2016년 졸업)

대구대학교 간호학과에서 간호학도로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노래와 영화를 아주아주! 좋아하고, 글 읽는 것과 글 쓰는 것도 좋아해요. 간호사로서 의료계에 종사하며 잘못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큰 꿈입니다.


<졸업이 싫었어> 프로젝트는 영일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고, 더 넓고 따뜻한 관점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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