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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수업은 교사-학생보다, 학생-학생의 연결짓기로

by 글쓰는 민수샘

교사들 사이에 쌍방향 수업이 2학기의 최대 화두입니다. 1학기에는 수업의 맥박이 끊어지지 않게 응급시술처럼 영상 콘텐츠나 과제물을 학생들에게 제시했다면, 2학기에는 ZOOM이나 Google Meet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분위기입니다. 외적 압력도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교사 내면의 압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고3 전담이라 부담감이 덜 하지만, 1·2학년 선생님들은 갈수록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TV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에서 새로운 제품을 요란하게 광고하는 장면에 홀리듯이, 각종 연수를 안내하는 메시지나 교사 단톡방의 새로운 수업 사례를 접하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같은 학교의 다른 선생님의 교실을 지나갈 때 처음 보는 프로그램이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을 볼 때도 조바심이 납니다. "내가 노력을 안 하고 있나... 온라인 수업 시대에 뒤떨어져 있나..."하고요.


그런데 쌍방향 수업에서 한 쪽에 있는 교사가 강의만 하고, 다른 쪽에 있는 학생들이 교사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그대로 자신에게 집어넣으려 애쓰는 것은 단방향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새롭고 화려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가지 활용해도 그것이 아이들의 배움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사의 가르침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한계가 분명할 것입니다. 배움을 위한 도구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잘 맞는 두세 가지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저 역시 이번에 새롭게 배운 것은 패들렛과 퀴즈앤 두 가지였습니다. 이외에 다른 것을 배울 시간에 수업디자인에 더 신경쓰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쌍방향 수업에서 교사는 안내자와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아이들의 배움을 관찰하여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교사의 역할을 사토 마나부 교수님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했는데요. 저마다 다른 악기의 소리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소리를 연결하고 조화시켜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사는 '경청하기, 연결짓기, 되돌리기'를 하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표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업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모르는가, 무엇을 알고 싶은가'를 먼저 듣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경험과 생각을 연결시켜서 흥미를 느끼고 배움의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흥미와 동기가 생겼으면 기본적인 지식이나 원리를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코로나19 덕분(?)에 선생님들이 많이 발견하게 되었지요.


그다음에는 혼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질문, 점프 과제를 제시해서 "어떻게 하는 거야?, 네 생각은 어떠니?"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겠지요. 한 쪽의 학생과 다른 쪽의 학생이 대화와 탐구로 상호작용하면서 지식의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면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진정한 배움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역시 모둠을 만들어서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의 연수에서 손우정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코로나19 이후 모둠활동의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상 간격은 멀어졌지만, 교사가 말을 줄이고 목소리를 낮춘 후에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표정과 몸짓을 살핀다면,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신중하게 작은 목소리로 "넌 어떻게 생각해?"하고 물으며 진정한 쌍방향 소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을 위한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계속 마음에 남아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배움은 교사 혼자서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가 있는 한 쪽만 바라보던 학생들이 서로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마음도 돌리고 대화와 탐구를 매개로 하는 진정한 배움 속에서는 이미 교사의 가르치고 싶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노골적으로 '이것을 배워야 해'라고 얘기하는 것은 가르침을 강요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편하게 묻고 답하며 대화할 수 있는 교실 분위기와 모둠 친구를 만들어 주고, 탐구할 만한 주제와 대상을 제시하고 아이들이 막히는 지점을 관찰하여 도움을 주고,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것, 이것은 코로나19 이후에도 포기할 수 없는 교사의 자존심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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