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고지로 달려가는 4월의 숨결이 힘찬 오후,
운동장의 나무들은 어느새 푸른 교복을 갈아입고 서있다.
한 바퀴 돌면서 한 그루씩 이름을 외워 본다.
비슷해 보이지만 꽃 피는 순서를 정겹게 다투었던 꽃나무들
산수유, 매화, 개나리가 새봄을 알렸고
진달래, 목련, 벚꽃이 4월의 시작을 노래했다.
이제는 앵두, 살구, 복사꽃이 두 눈을 사로잡고
라일락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5월이 되면 철쭉, 이팝나무, 모란이 뒤를 있겠지.
꽃나무 이름을 흥얼거리며 교무실에 돌아온 나는
명렬표를 꺼내 아이들의 꿈을 하나씩 외워 본다.
비슷해 보여도 가고 싶은 곳이 다르고
달라 보여도 같은 곳에 마음이 가 있는 아이들.
꽃이 져도 꽃이 피었던 자리를 기억하듯
아이들의 꽃망울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3월에 가졌던 꿈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고민 중이라던 아이는 여전히 고민 중인지
5월의 꽃들이 지기 전에 한 번씩 다시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