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양이에 대해 알아볼 때 가장 신기한 것이 골골송이었다. 아기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의 젖을 빨면서 만족감을 나타낼 때 내는 소리인 골골송...... 사람이 코를 고는 것 같기도 한, 모터사이클 소리를 멀리서 듣는 것 같기도 한 이 소리는 집사와의 유대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물론 다른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심지어 이 골골송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의학 작용을 일으키는 소리로 알려져 있기에 더 궁금했다.
구슬이가 고양이 방석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구슬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구슬이는 나를 믿는 건지, 아니면 잠에 취한 건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괜히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유난히 구슬이가 예뻐 보이기도 해서 계속해서 나는 구슬이를 쓰다듬었다. 부모에게 그루밍을 받지 못하는 구슬이가 안쓰럽기도 해서, 구슬이가 잠에서 깰 때까지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때였다. 갑자기 구슬이가 골골송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얘가 나를 어미 고양이로 아나?'
나는 더 구슬이가 안쓰러워졌고, 더 구슬이가 예뻐 보였다. 또 구슬이는 누구보다도 얌전했다. 발톱을 깎을 때도 미리 겁을 많이 먹었지만, 구슬이는 담담히 자신의 발톱을 나에게 맡겼다. 그 뒤로도, 구슬이는 내가 손을 대기만 해도 골골송을 들려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마찬가지였다. 마치 몸에 손만 닿으면 스위치를 누른 듯 골골송을 들려주는 구슬이는 우리 집에서 신기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았다. 그러다 한 손으로는 구슬이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골골송에 대해 더 알아볼 때였다. 골골송이 '통증이 심할 때'에도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골골송을 부르면, 어떠한 성분이 나와서 통증이 작아지기 때문에. 더군다나, 고양이는 아프면 활동성이 적어진다는 내용까지.
마치 고양이의 골골송은 사람의 눈물과 비슷했다. 사람의 눈물 역시 기뻐서 흘리기도 하고, 힘들어서 흘리기도 하고, 아파서 흘리기도 하니까.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나면, 어떠한 감정이든 조금은 누그러지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의 눈물이 나에게 치유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니까.
아무튼 그 순간은 겁이 났다. 구슬이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가만히 보니 구슬이 눈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동자도 혼탁해 보이고. 충혈도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나는 구슬이에게서 손을 떼었다. 손을 뗀 나를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는 구슬이를 찬찬히 나도 바라보았다. 물론, 내 온 신경은 구슬이의 오른쪽 눈에 가 있었다. 구슬이 눈에 안약을 하루에 네 번씩 넣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루에 6번 이상 식염수로 닦아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안연고를 하루에 두 번 넣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 생애 이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열심히 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구슬이 눈을 보고 있자면 덜컥 겁부터 난다.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동네 병원을 검색하고, 병원에 이야기할 내용을 컴퓨터로 작성했다. 혹시나 병원에 가서 해야 할 말을 못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인에게 얻은 이동장을 구슬이 방으로 옮겼다. 구슬이가 이동장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다음 날, 구슬이를 이동장에 넣고 자동차에 태운 뒤 병원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구슬이가 혹시나 차에서 심심하거나 무섭지는 않을까 싶어 이동장을 열어 구슬이를 꺼냈다. 하지만 구슬이는 이동장 밖이 더 무서웠나 보다. 바로 이동장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금방 동물병원에 도착해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왼쪽 눈은 괜찮아요. 오른쪽 눈이 문제죠. 녹내장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녹내장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눈이 점점 커지다가 터질 수도 있고요. 적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구슬이는 망막은 살아 있어서, 희박하지만 눈을 다시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잠시만요. 적출요? 그럼 눈 하나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네. 하지만 고양이가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
"보기 흉할까봐 그러세요? 동물을 치료하는 데는 일단 미용목적은 신경 쓰지 않아요. 이 아이의 고통을 빨리 제거해주는 편을 택하는 거죠."
"사람처럼 거리감이 없어지진 않나요?"
"고양이는 수염도 있고, 다른 감각기관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사람처럼 많이 불편하진 않아요."
"그럼 만약 적출수술을 하게 된다면 언제쯤......"
"지금은 구슬이가 너무 어려요. 생후 3개월 즈음은 되어야 마취를 해도 덜 위험해요."
"그럼 그때까지는 구슬이가 많이 아프겠네요?"
"아직은 모르죠.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보호자 분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동물은 좌절을 몰라요. 인간과 다른 점이죠."
아니다. 이 의사 선생님은 내 마음을 모른다. 전혀 모른다. 그때 내 마음속에 지나간 생각들을.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고양이를 입양해달라는 글을 차고 넘친다. 문제는 입양자가 적어, 그 고양이들이 다 입양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묘는 거의 입양이 힘들고, 어린 고양이도 인간이 정해놓은 미모 순위에 따라, 입양이 결정된다. 눈이 하나 없는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구슬이를 처음 만났던 곳에 구슬이를 방사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 장애를 가진 고양이가 야생에서 다시 적응하여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기에, 구슬이를 방사하는 것은 구슬이를 사지로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구슬이를 치료하는 비용 역시 문제였다. 의사 선생님이랑 상담하면서 보이는 모니터에는, 차곡차곡 진료비와 약값이 계산되어 올라가고 있었다. 적출 수술을 한다고 해도, 그 기간까지는 주기적으로 이 비용을 계속 감당해야만 하고, 결국에는 수술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 그 비용을 다 감당하고, 구슬이에게 애정을 듬뿍 쏟아 키웠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 가족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지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어떡할 것인가. 집에서 내칠 수도, 누가 데려가 주지도 않을 구슬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 이 상상들이 모두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우의 수일뿐이었지만,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만 같았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