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나쁜 사원으로 만드는가
나는 지금부터 아주 장황하게 회사 욕을 시작할 것이다. 구독자 열 명 따리인 나의 글을 몇 명이나 읽을진 모르겠지만 사실 조금 쫄린다. 나는 최대한 내가 겪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쓸 예정이고, 그걸 우리 회사의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내가 매우 난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매거진까지 발행해 가며 회사 욕을 장황하게 시작하는 이유는, 나 혼자 삭히거나 가끔 친구와 나누던 회사의 싫은 점이 넘치고 또 넘쳐서 도저히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고서는 못 견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내 회사 욕에 반발심을 가질 것이다.
반발심을 가지는 당신의 생각은 보통 이럴 것이다.
1. 그렇게 싫으면 니가 잘해서 더 좋은 데 가면 됐지 않느냐.
2. 너도 니 책임을 다 하지 않지 않았느냐.
3. 너는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다 하지 않는다.
4. 너는 매사에 불만이 많아 보인다.
5. 니가 일을 못하니까 나였어도 그렇게 하겠다.
6. 단체 생활은 어쩔 수 없다.
7. 저 정도가 싫으면 어딜 가든 힘들지 않겠냐.
8. 니 회사(혹은 상사 혹은 팀원)가 보살이다.
9. 복에 겨웠다, 세상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어쩌고 저쩌고..
ㅇㅇ 당신 말이 다 맞다. 당신이 제일 똑똑하고 당신은 사회의 아주 훌륭한 구성원이다. 나는 이런 생각들에 반박할 의지도 체력도 없다. 이걸 본다고 해서 내 생각이 바뀔 것도 없다. 위의 생각들은 그동안 회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직전까지 내가 나 스스로를 학대하며 해왔던 생각들이다. 나를 탓하던 단계를 지나며 결정한 회사 생활 슬로건은 오직 하나다.
회사가 나쁘다
회사 일이 잘못된 것, 회사 일이 잘되는 것, 내가 부족한 것, 회사에 또라이가 있는 것, 퇴사자가 많아지는 것..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회사가 나빠서 생기는 일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경위들을 하나하나 풀어 갈 예정이다. 회사가 나한테 잘해준다는 생각이 들면 한참 글이 밀릴지도 모르겠다만. 그럴 일이 과연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