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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Apr 28. 2020

<어바웃 타임>

eveyday of our lives.

인생을 여행하고 있는 당신에게


2013년에 개봉한 뒤 7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2020년이 된 아직까지 극장가에서 재개봉을 이어가며 '명작'으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영화 <어바웃 타임>. 작년 9월 롯데시네마에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영화를 보러 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포스터에서도 광고하듯 <노팅힐>과 <러브 액츄얼리>를 만들어 낸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이다 보니 부담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앞선 작품들이 사랑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어바웃 타임> 그보다 좀 더 포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조건을 탈피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삶의 소중함을 덧대어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 감독의 연출에 감동했다. 덕분에 영화를 천천히 여행할 수 있었다. 


로맨스라는 장르에 초능력을 더했는데 그 능력이 시간여행이라는 설정 ...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머릿속에 꿈꾸던 장면들이 하나둘씩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면 어느샌가 훌쩍거리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설렜다'로 치부하기엔 너무 아쉬운 내용들이 영화 속에 가득 담겨 있는 듯하다. 여자에 어리숙한 남자가 우연하게 만나게 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고 행복한 이야기 속에서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깊은 고찰, 단순한 클리셰를 따르는 듯한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 영화가 전반적으로 팀(도널 글리스 분)과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둘만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가족과 시간,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바웃 타임>은 연인들이 보기 좋지만, 가족, 친구 어느 누구와도 함께 보기 좋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멜로 영화에서 꽤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떠나간 연인을 되찾거나 구하기 위한 여정 혹은 시대가 바뀌어 미지와의 인물과 만나는 연애담이라던가 ... '또 타임슬립이야?'라는 느낌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어바웃 타임>은 보기 전부터 관심을 끌기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영화를 틀기 전까지는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타임슬립 장르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버린 기분이었다. 영화 속 타임슬립 소재는 이야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도구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일반 타임슬립물과 다르게 주인공은 능력을 남발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를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 사용과정부터 이유까지 천천히 설명한다. 이러한 전개 탓에 극적인 효과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흐름을 편안하게 따라가는 듯 하다.


로맨스 영화에 대한 시야가 나름 좁은 편이라 외국 로맨스에 대한 본질적인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정서상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공감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잘 보지 않는 편인데, 묘하게 영국 로맨스 영화와는 취향이 조금 맞는 편이다. <노팅힐>도 그랬고 <어바웃 타임>도 그랬다. 영국 특유의 정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담백하고 절절한 감정이 잘 녹아들어있는 듯 한게 첫 번째로 마음에 들었고, 영화 내에 가볍게 고찰 할 수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영국 가정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따듯한 분위기는 어디에나 있는 걸까 그 특유의 따듯한 분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것 중 하나에 풍경이 있겠다. 런던의 밤풍경이 유난히 잘 드러나있고, 아름답게 놓인 조명 속 펼쳐지는 풍경이 스크린 속이지만 관객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 낭만적인 배경과 어우러진 연출을 보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묘미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첫만남에서 연애부터 결혼식까지 ...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있지만, 가장 매력적인 장면 중 하나는 지하철에 있다. 이토록 사소한 일상인 지하철에서의 몇 장면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그 짧은 몇 분동안에 서로를 향한 진심과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에 있다. 출근하기 직전 바쁜 일상 속 그 짧은 시간을 쪼개 키스를 나누고 농담을 하는 것, 특별한 날과 특별한 순간에 맞잡은 손과 함께 실없이웃으며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전체적인 영화 속 그리 특별하지도 않고, 비중이 있지도 않은 이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평범함에 있다. 어쩌면 무관심하게 놓쳐버릴수도 있는 이 순간들이 진짜 당신이 꿈꾸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영화 속 주인공인 팀은 그랬을 것이다. 시간여행을 통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삶을 위한 여행은 생각보다 어렵다. 삶을 지켜내기 위해 행해야 할 것들은 특별한 사건도 흐름도 필요없다. 그저 우리가 사는 순간 그 짧은 몇 순간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철에서의 그 짧은 몇 분이 가장 사랑스럽고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영화가 마냥 달달했다면 영화가 가진 의미가 조금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아버지'와 '여동생'의 이야기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아버지의 이야기는 영화를 전반적으로 투과하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자식과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면모를 통해 팀에게 시간여행의 한계를 설명할 수 있었고, '하루를 두 번 살아라'라는 권유 덕분에 팀이 가진 삶의 본질적인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팀은 더 이상의 시간여행을 필요로 하지 않고 '아버지를 뛰어넘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행복한 순간이 있기 때문에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추억이라는 이름하에 가진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 되어주는 지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느라 무관심했던 여동생의 비극 앞에서 시간여행을 사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팀은 깨닫는다. 때문에 팀은 시간여행으로 바꾸기 보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변화에 눈을 돌린다. 이전의 삶이 후회스럽고 고틍스러울지언정 앞으로의 삶만큼은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의 메시지가 가족에게로부터 나오는 것은, 어쩌면 가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서, 가족이 가진 역할과 삶에 태도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감독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영화가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하는 바가 무엇인가. 아마 지금 당신의 삶에 관한 소중함이 영화 속의 포괄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영화 속 팀은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 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을 여행중이고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이 멋진 여행을 만끽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지만 이유없이 의미없이 그저 '살아있기' 때문에 삶을 이어간다. 재미있는 날도 있겠지만 인생이 매일 재미있지는 않기 때문에 삶은 무료하다. 다만, 영화는 여러 번의 장면을 통해 '당신의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직장상사의 꾸지람에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웃어넘기고 그저 덤덤하게 좋은 일도 한껏 소리쳐보는 것으로 당신의 삶이 바뀔수 있다고, 당신이 의미없다고 여긴 하루도 당신 스스로의 삶에 너무나 소중하고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시간은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후회하고 슬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주인공 조차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바꿀 수는 없었다. 우리의 삶에 그런 능력조차 주어져있지 않다. 그렇다고 원망하고 후회하고 살기에 당신의 삶은 소중하다.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 아둥바둥 슬퍼하기 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삶을 즐기기 바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잔잔한 감동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지나친 신파요소도 없었고, 자극적이지 않았으며, 결말 또한 슬픔이 적어 담담하게 보기 딱 좋았다. 간만에 큰 동요없이 맘 편한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두 배우의 케미가 판타지 같은 연애 속에서도 현실감 있게 느껴졌고, 아름다운 런던의 풍경이 너무나 낭만적이게 묘사된 것들도 영화 자체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생각보다 다소 심심한 전개에 실망한 사람도 적잖아 있겠지만 감안하고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다. 당신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날이 남았는가, 지금 내일 그리고 남은 먼 미래까지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선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비록 영화의 주인공처럼 우리가 살아온 삶을 여러번 살아볼 수 있진 않지만, 당신의 오늘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어떤 행복이 숨어있는지 찬찬히 지켜본다면 영화의 주인공 못지 않은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진심으로 당신의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가.




사진 출처 : About Time .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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