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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수 Mar 29. 2021

나를 만났다

그리고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마음이 정말 거지 같을 때가 있다. 마음에 거지 같다는 표현을 쓰는 게 또 거지 같지만 암튼 그런 날이 살다 보면 종종 있다.


내 삶은 대체로 늘 잔잔한 편이다. 그런 내게 종종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파문을 일으키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왜 나에게 돌을 던질까. 나는 왜 그걸 돌로 받아들일까.


마음이 마구 어지럽혀진다. 정리를 하고 싶지만 도저히 모를 때가 있다. 마음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데 뭘 어떻게 정리하란 말인가.


왜 난 내 마음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까. 인지하지 못하니 감정으로 제대로 표출되지 못한다. 내 마음이고 내 감정인데도 불구하고 적확한 표현조차 찾아낼 수 없다. 그럼 끝끝내 고인 물처럼 썩어버리고 마는데.

      

내 마음은 내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로 인해 늘 상처 받고 혼란스럽고 정신 사나워진다.

내 마음인데, 어째서 번번이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해 늘 좌지우지되는가.

자존감이 없어서라고? 아님 정상이 아니라서?


그동안 나는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해서, 내가 너무 소심해서, 내가 너무 꽉 막혀서, 그래, 그런 거라고... 그러므로 나는, 나를,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내가 정상이다. 이게 정상이다. 나를 기본값으로 두고 생각을 해야 한다.

내 마음을 할퀴고 이를 드러내는 것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다치게 두면 안 된다. 바리케이트라도 쳐야 한다. 나는 내 마음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내게 짱돌을 던진 그들이 잘못된 것이다. 돌에 맞으면 누구라도 깨지기 마련이다. 내 마음 역시 깨져버린 것이다. 날카로운 파편 앞에선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다. 그걸 쉽게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고 또 그게 정상이다.


먼저  마음을 제대로 봐야 한다. 대체  기분이 거지 같은 걸까.  이렇게 분노가 치미는 걸까. 그걸 모르는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러니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나를 갉아먹는 그 무언가의 정체를.

일테면 해충 같다. 정말 해를 끼친다. 불안하게 하고. 불쾌하게 하고. 나를 좀먹는 그것.

그것에 대해 무작정 글로 써보았다. 일기에는 원래 형식이란 게 없으니까 주절주절 하소연하듯, 넋두리하듯 써 내려갔다.


그러다 정말이지 기이한 경험을 했다. 말로만 듣던 글의 신비를 몸소 느꼈다. 글로 쓰니 마음이 형체화 되었다. 글로 쓰니 보였다. 내 마음이.


예를 들어 표현하자면 이런 것이다.

내 마음이 유리창이라면 어느 한 귀퉁이에 작은 흠이 나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작디작은, 모래알만 한 돌이라도 그곳을 건드리면 나는 순식간에 와장창 깨져버리고 만다는 것을. 그리고 그곳을 건드리는 사람은 늘 하나였다는 것을. 그 사람은 번번이, 한결같이, 늘 그곳만을 공격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그 흠을 만든 가해자였다는 걸...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다. 상처 입었을 뿐. 나는 그런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에게 알려주었다. 당신이 잘못된 거라고.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 짚어주었다. 당신의 그 잘못으로 인해 내가 그동안 아팠고,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고. 다시는 같은 상처를 받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나는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위험한 신호를 내내 보내왔지만 그저 방관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의 존재를 깨닫고 그 기원을 알게 됐으니 이제는 그에 맞는 연고를 찾아 발라주면 된다. 그다음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임을 믿는다.



심리학자인 세스 J 질러헌 박사는 미국 건강매체인 웹엠디의 칼럼을 통해 조언이나 위로가 때로는 환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무심코 쓰는 다음과 같은 표현들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네 마음 알아”

“그냥 이렇게 해 봐.”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다면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것이다. 충분히 들어주는 것은 우울증이나 정신적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질러한 박사는 조언한다. 때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방금 전에 발견한 기사글이다.

그저 내 마음을 털어놓고 누군가 내 얘길 들어주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말을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럴 때 우리 곁에는 일기가 있다. 일기 쓰기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아픔까지 솔직히 꺼내놓을 수 있다.


그러면 일기는 보이지 않던 내 마음을 형체화시켜준다. 무형의 마음이 유형으로 바뀌면 비로소 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비로소 다가갈 수 있다. 손 내밀어줄 수 있다. 나를 향한 진짜 위로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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