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판례 #14
이전 연구노트 판례 13번째에서는 ‘발명 당시 작성한 연구노트를 통해 직무발명보상금 일부 지급이 인정’되는 사건에 대하여 다뤄보았습니다.
13# 요약: 이 사건에서 피고(식품진공포장기계 회사)는 원고(전 직원)를 공동발명자로 하고 피고를 특허권자로 하여 총 3건의 발명을 출원하여 특허등록을 받았다. 피고는 이 사건 발명들을 실시하여 제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 원고는 이에 정당한 직무발명보상금의 일부로 3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걸었으나, 원고가 주요 발명자인지 여부, 발명으로 인한 독점적/배타적 이익 여부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연구노트 등 객관적 자료를 보완하여 1심 판결에 항소하였으며 직무발명보상금 지급이 일부 인정되었다.
이번 게시물은 ‘연구노트 기록을 통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증명’한 판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0가합209963 원고 패
원고: A (전 E대학 생명공학부 조교수)
피고: B (전 E대학 학부 연구원), C (I대학 약학과 교수)
청구취지
: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결과: 원고 패
원고는 2018년경 해임될 때까지 E대학교 생명응용과학부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던 사람이다. 재직 중에 E대학교 F센터에서 ‘G’이라는 상호로 교원 신규창업을 하였다.
피고 B는 2009년경부터 원고의 E대학교 생명공학부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졸업한 후 E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하였는데, 당시 원고가 피고 B의 지도교수였으며, 박사과정 졸업(2017. 2.경) 이후에도 원고의 연구실에 남아 계속 근무하였다. 피고 B은 2017. 10. 25. 원고의 연구실에서 퇴사하면서 연구실 내 4번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컴퓨터 파일을 외부저장매체에 옮겨 저장하여 들고 나왔다(이하 ‘이 사건 반출행위’라 한다).
피고 B는 2018. 4. 1.부터 피고 C의 I대학교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피고 C는 2018.경부터 2020.경까지 I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로 재직한 사람이다. 피고들은 2019. 5.~11.에 걸쳐, 3개의 지(誌)에 제1, 2, 3 논문(‘이 사건 제1, 2, 3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피고 B 또는 피고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과제번호 P, Q, R, S, T의 연구비 과제를 수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연구비 과제’라 한다).
원고는 2019. 1. 25.경, 2012. 3.경부터 2017. 6.경까지 피고 B을 포함한 제자들의 인건비 등을 횡령하고, E대학교 산학협력단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2019. 5. 30.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위 형사판결을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반출행위’와 관련하여 피고 B를 업무상배임,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으로 고소하였으나, 2021. 6. 18. 경찰의 불송치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2021. 9. 28.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이하 위 형사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비밀관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경제적 유용성)를 말한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비공지성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아니하여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비밀로 관리된다’는 비밀관리성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 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정보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는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비밀 부정취득행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은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하 ’부정취득행위‘라 한다)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적시하고 있다.
‘부정한 수단’은 절취ㆍ기망ㆍ협박 등 형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위에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한다.
원고는 이 사건 연구의 실험 프로토콜(이하 ‘이 사건 실험 프로토콜‘이라 한다)과 실험 프로토콜에 대한 실험방법과 결과, 사진을 기재한 연구노트(이하 ’이 사건 연구노트‘라 한다), 위 연구노트와 동일한 내용의 컴퓨터 파일(이하 ’이 사건 컴퓨터 파일‘이라 한다, 특히 이 사건 컴퓨터 파일 중 ’a-synuclein(112514).pptx‘ 파일은 ’이 사건 ppt 파일‘이라 한다)의 영업비밀(이하 이들을 통칭할 때 ’이 사건 자료들‘이라 한다)을 보유하고 있다. 피고 B는 ‘이 사건 자료들’을 무단으로 반출하여 원고와의 비밀준수 및 유출금지의무를 위반하고 원고의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하였다.
피고 B는 ‘이 사건 자료들’ 중 ‘이 사건 연구노트’에 기재된 정량법 및 투석 방법과 연구 측정에 관한 내용, ‘이 사건 ppt 파일’ 내용을 사용하는 등 ‘이 사건 제1, 2, 3논문’을 작성하면서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고, 산업기술을 유출 및 침해하였으며, ‘이 사건 자료들’을 사용하여 ‘이 사건 연구비 과제’를 수행하였다. 피고 C는 피고 B가 이 사건 자료들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한 사실을 알면서도 피고 B와 ‘이 사건 제1, 2, 3논문’을 공동으로 작성하고 교신저자로서 이 사건 연구비 과제를 수행하였다.
피고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G’의 매출이 감소하는 손해뿐만 아니라, 피고들이 ‘이 사건 연구비 과제’ 명목으로 지급받은 3,020,214,000원은 원고가 이 사건 정보들을 이용하여 얻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므로 위 연구비 상당의 손해도 보았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3억 원을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
원고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과거에 발표된 제3자에 논문, 과거에 작성된 연구노트의 내용을 그대로 기술하거나 참조한 사실 등으로 보아 이미 공지된 사실로 봄이 상당하여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연구노트’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연구 내용과 ‘이 사건 제2논문’(‘이 사건 ppt 파일’의 경우 제1, 3논문 일부 포함)에 기재된 내용은 다르므로 피고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자료들에 기재된 영업비밀의 귀속 주체가 원고(‘G’)라고 주장하나, ① ‘G’는 비누와 화장품 판매를 했을 뿐 관련 연구를 하거나 관련 연구를 활용하여 제조한 사실이 없고, ② ‘관련 형사사건’ 불기소결정서에 ‘G’를 제조보다 연구원 인건비 횡령 등에 사용하였던 사실 등으로 보아 일반적인 기업체로 볼 수 없는 점, ③ 원고가 ‘G’ 또는 원고가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 자료들’의 귀속 주체는 E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지 원고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자료들’에 기재된 영업비밀 전체의 귀속 주체라고 볼 수도 없다.
피고 B는 ① 연구실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동안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4번 컴퓨터에 있는 폴더를 개인적 파일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복사하였을 뿐 실험 방법이나 데이터를 선별하여 복사하지 않았으며, 복사한 파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점, ② 원고가 연구실 밖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실험 결과를 정리한 파일 등을 이메일로 전송하라고 자주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연구원들이 외부저장매체를 통해 실험 관련 파일들을 옮겨 어디서든 실험 결과를 정리할 수 있는 상태로 있어야 했으며, 원고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자료들’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부정취득행위’라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자료들에 포함된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산업발전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20-40호 제3조의 별표1에 속하는 기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이 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들’이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산업기술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사건은 원고가 연구노트를 활용하여 영업비밀 부정취득 및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다 패한 사건입니다. 연구노트에 기재된 내용이 오히려 원고의 주장이 잘못된 주장임을 밝힌 것인데요. 이렇듯 연구노트는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업비밀 침해와 같은 사건에서도 증거로써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판례를 통해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자연구노트 구노에 대한 문의는 링크를 통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