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과 가기 좋은 시기
사실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겠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국수 한 그릇이라도 더 먹고 맥주 한 잔이라도 더 먹는 법이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에서도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한 한국인이겠다.
그래서 준비했다. '태국 여행 가기 전에 챙겨야 할 것들 + 여행가기 좋은 시기'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준비할 것도 있지만 굳이 안 해도 될 것들이 좀 섞인 것 같다. 아무튼.
숫자가 우선 순위는 아니니까 끝까지 읽는 것이 좋다.
당신이 여행 쌉고수라면 이런 조언이 우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가끔 뒤통수를 씨게 때리는 법이다. 챙겨라 110V!
220V 돼지코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110V는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것이다. 태국은 110V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없으면 이성을 상실하는 우리가 꼭 챙겨야 하는 것은 단언컨대 이 어댑터다. 가격도 저렴하니 미리 주문을 해 놓거나, 집안 구석구석의 유물 파밍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걸 강조하는 이유는 현지에 가서 구하기가 은근히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국어를 1도 모르는 우리가 당장 전파상이나 철물점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파는 곳을 바로 찾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찾았다고 해도 태국에서 다른 물품은 싸지만 전자기기는 대체로 비싼 편이다.몇천 원 차이 안 나겠지만 미리 여유있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휴대폰 배터리 다 닳아서 국제 미아가 되기 싫다면...
오질나게 더운 곳이라 왜 긴 옷과 점퍼를 챙겨야 하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 처음 방콕에 도착했을 때 코를 훌쩍이며 내리기 전까지는.
더운 나라는 에어컨을 자비없이 틀어 놓는다. 태국은 불교의 나라인데 진짜 자비 1도 없이 무슨 공장에서 틀어 놓을 것같은 거대한 에어컨을 틀어 놓는다. 그래서 더위 피하려고 실내에서 멍때리다 보면 오히려 춥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바람막이나 후드티, 점퍼를 꼭 챙겨가도록 하자. 사실 비행기 안에서부터 추위는 시작된다. 공항도 무지하게 춥다.
태국은 사원이 많고, 유명한 관광 장소는 또 사원을 안 보고 가기에는 섭섭하기 때문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하지만 사원에는 너무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고 들어갈 수가 없다. 보통 코끼리 바지 같은 것을 구비해 둔 사원이 있는 반면 미리 입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현지에서 바로 코끼리 바지를 사려고 사원 근처나 야시장을 기웃거리면 300바트 400바트로 여러분의 뒤통수를 후리려는 상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그냥 미리 준비해 가자.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며, 약국은 정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즘은 중국어 말고도 한국어로도 큼지막하게 '약'이라고 써 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웬만한 약국에서도 모기 기피제는 살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니 바가지 당할 일도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이것저것 챙기면서 무게를 늘리거나 액체류라고 검사 당할 바에는 그냥 가서 사는 것이 낫겠다. 보통 100ml 이상 액체류는 반입이 안 될 거다.
모기향 정도는 미리 챙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는 챙겨 본 적이 없다. 내가 묵은 숙소만 그런지 생각보다 모기가 없었고, 태국 모기 자체가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초보자도 손쉽게 처리할 수가 있다. 평소 모기에게 매일밤 농락 당했던 사람은 태국에서 자신감을 찾아보도록 하자!
생각보다 드라이기가 없는 숙소가 많다. 외곽 쪽이 그러하고 싼 숙소가 그러하다. 태국에서는 좋든 싫든 땀 때문에 샤워를 자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머리를 말릴 수단이 없다면 젖은 채로 자연 건조를 시킬 수밖에 없다. 그저 머리를 안 말렸을 뿐인데 촬랑촬랑한 미역 머리를 뽐낸다면 저 인간이 머리를 안 말려서 그런지 땀 때문인지 분간을 못해 사회적 격리 존이 형성될 수 있다. 정 여의치 않으면 태국의 강력한 뙤약볕에 자연건조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놀라울 정도로 빨리 마를 것이다.
트래블로그 등 요즘은 좋은 방법들이 많이 나와있으니까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한국 돈을 달러로 바꾼 다음 현지에 가서 달러를 태국 바트화로 바꾸는 것이 조금 이득이었는데 소액이라면 큰 차이가 없으니 귀찮으면 그냥 바트화로 바꿔가도 상관없다. 그때그때 환율이 다르니 잘 확인해 보고 사용하도록 하자. 바트화는 은행마다 조금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현지에서 바트화를 바꾼다면 슈퍼리치를 검색해서 환전 명소를 찾아 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것은 여기에서 소개하기 애매한 것이 지금은 사라진 곳도 꽤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방콕에서 환전 명소를 찾아 가본 적이 있었는데, 워낙 사람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 있어서 관광 시간을 많이 까먹었다. 미리 돈을 바꿔가서 슈퍼리치 난민이 되지 않도록 하자.
아주 예전에는 우버 택시도 있었다고 하나 내가 지낼 때는 그랩 택시만 있었다. 요즘은 모르겠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혹은 도착하기 전에 그지역 택시 어플을 까는 것이 좋다.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된 미터기 택시 아저씨가 공항에서 여러분을 애타게 기다리겠지만 환전해 간 돈을 초장부터 털릴 수가 있겠다. 사실 태국은 공항 호객이 심한 편이 아니라서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공항에서 나오기 전에 그랩을 잡고 이동하면 된다. 요즘은 볼트나 인드라이브 등의 새로운 서비스도 나왔다고 하니 비교해 보고 깔면 되겠다.
자동차를 렌트한다면 1종 보통으로 발급 받은 국제면허증도 무방하지만 바이크/스쿠터를 타려면 1종 보통으로는 소용없다. 'B' 도장이 찍혀져 나올 텐데 이것으로는 오토바이류는 탈 수가 없다. 2종 소형 면허를 따야 오토바이 종류를 탈 수 있는 도장이 찍힌다.
얼마 전에 면허증 갱신으로 뒤에 영문으로 찍힌 새 면허증을 받았는데, 이것은 통용되는지 안 되는지 여행하려는 국가에서 직접 확인을 해야한다고 한다. 아직 공신력을 획득하진 못했나 보다. 잘 알아보고 가자.
보통 3계절이고, 땅이 꽤나 넓어서 북부와 남부의 기온차가 좀 있는 편이다.
보통 3월 말부터 7~8월까지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방학이며 빡센 곳은 1년 3학기제로 이때 학교를 나오라고 하는 미친미친 학교가 간혹 있다.
무지하게 덥고, 드릅게 비가 많이 온다. 낮에 스콜성 미쳐버린 폭우가 내리고 다시 쨍쨍한 뙤약볕이 '다 주거버려랑~'하면서 광역 궁극기를 시전한다. 이 미쳐버린 수속성, 화속성 콤보를 맞은 인간은 정신이 아득해져 땡모빤을 찾으며 거리를 배회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요즘 들어 기후 이상이 생겨 패턴이 다소 바뀌었다는 소문이 있다. 물폭탄이 더욱 심해져 일부 침수가 되는 지역이 생긴다고 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위의 준비물 목록에 우산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국에서 우산은 솔직히 무의미하다. 그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냥 쳐맞아야 한다. 우산 써도 무릎까지는 촉촉해~진다. 포기하면 편하다. 쳐맞아라. 의외로 뙤약볕 맞으면 또 금방 마른다. 이게 싫다면 모든 편의점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일회용 우의를 파니까 사도록 하자. 뽀송뽀송함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다.
태국의 4월 중순에는 3일간 송끄란 축제가 있다. 이 기간 전후에는 비행기표가 배로 뛰니까 시간이 여유롭다면 조금 일찍 도착하는 표로 잡는 것이 좋다. 돈이 썩어난다면, 미안하다. 수영복이나 챙겨가라.
9월부터 2~3월까지이며 비의 양이 눈에 띄게 줄고 기온도 점점 떨어져 1월 즈음에는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까지 떨어진다. 9월까지는 낮에 두 번 정도 스콜성 폭우가 떨어지고 뙤약볕이 내리는 보스 패턴이 꾸준하다가 비가 확 줄고 맑은 날씨가 지속된다.
11월부터 2월은 겨울이다. 이 기간에는 비 구경을 거의 할 수 없다. 가을 날씨이지만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이악물고 겨울이라고 빡빡 우긴다. 태국 생활 1년 차에는 이런 날씨조차 더워서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2년 차에 접어들어 태국 패치가 완료되고 나니 쌀쌀하다고 느껴서 저절로 후드티를 걸쳐입게 된다(치앙마이 기준).
겨울에는 반드시 KF94 이상의 마스크나 군용 방독면을 지참해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치앙마이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그렇다. 주변 화전민들이 평야나 산의 밭을 기습적으로 태워버리기 때문에 겨울 한정 세계에서 가장 미세먼지가 심한 아포칼립스 도시가 되어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해지고 모든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 기현상을 접하게 된다. 사실 가장 시원하고 방문하기 좋은 때이지만 미세먼지가 심할지 어떨지는 그때 그때 다르기 때문에 운에 맞겨야 한다.
11월에는 송끄란과 맞먹는 축제인 러이끄라통 축제가 있다. 강에 배를 띄우고 풍등을 날리는 야간 행사인데 이것도 꽤나 볼 만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