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무슨 도전인지 도통 모르겠음
내가 자주 가는 공원에는 늘 끊이지 않는 것이 있다. 산책하는 사람, 종류별로 모인 강아지, 외국인....
그런데 요즘 간혹 눈에 띄는 부류가 있다.
서너 명이 모여서 한 사람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나머지는 카메라 앞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춤을 춘다. 찍고, 다시 찍고를 반복한다. 아, 틱톡커구나.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구나. 불과 40~50미터 안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팀이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렇다 오늘 이야기는 'OO 챌린지'이야기이다.
1. 낭만의 챌린지 시대
한 10년 전이었나, 사람들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며 다음 사람을 지목하며 좋은 뜻을 전파하는 이른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내가 처음 본 챌린지 형태였다. 이게 삽시간으로 퍼져 유명한 사람들은 죄다 나와서 이 챌린지에 동참했다. 무슨 좋은 뜻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뭔가 기부의 목적이 있지 않았나 싶다.
설마 나한테까지 턴이 넘어올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놀랍게도 인기가 없는 나는 그 누구에게도 지목당하지 않았다. 안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뭐, 내 주변에도 냉기 저항이 뛰어난 용자는 없었고 실제로 해서 올리는 사람도 없었으니 내 인기 문제는 아니라고 이악물고 기술해본다.
이때의 챌린지는 공익의 목적이 컸던 것 같다. 뭔가 동참하자. 기부하자. 뭔가를 알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하는 분야에 대해 알리는 목적이 컸고 당시에는 파급 효과가 대단했던 것 같다. 다같이 참여하는 릴레이 방식이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다음은 누가 될지 궁금증을 유발시켰으니까.
2. 이딴 것도 챌린지
점점 챌린지의 분야가 넓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별로 관심이 없는 나로서도 지나가며 본 영상들 중에는 정말 엽기적으로 변한 챌린지도 있었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것을 먹는 먹기 챌린지부터 시작해서 어딘가에 가서 춤을 추는 챌린지 등 정말 '이딴 것도 챌린지를 한다고?' 느낌이었다.
적어도 초창기에 얼음물 뒤집어 쓰고 할 때는 '메시지'라는 것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메시지는 개나 주고 어그로에 목숨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요즘 유튜브 썸네일처럼.
그래도 트릭 샷 챌린지는 한동안 꽤 볼 만한 콘텐츠였다. 수백 번, 혹은 두어 번만에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믿을 엄청난 것을 해내는 영상은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었다. 농구공을 말도 안 되는 곳에서 튕겨서 골인에 성공하거나 트럼프 카드를 던져 어떤 고리를 통과해 정확히 목표물에 꽂는 모습이라든지. 성공 영상을 보고 나서 번외편으로 Fail 영상, 즉 메이킹에 해당하는 영상을 보면 시도 횟수도 같이 나오는데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3. 빵디빵디, 그리고 업자의 챌린지
그런 트릭 샷 챌린지도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점점 식상해졌다. 사실 노력 끝에 성공한다는 '메시지'가 존재했지만 뭔가 '메시지만' 있는 영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실상 메시지만 빼면 영상에서 시도하는 행동들은 하등 쓰잘데기 없는 행동들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카드나 공을 던져서 뭔가를 말도 안 되는 과정으로 맞추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럴 거면 차라리 석 달, 여섯 달 같은 운동 꾸준히 한 것을 찍어 올리는 운동 챌린지 영상이 오히려 동기부여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노력하면 된다는 메시지도 사실 무색했다. 어떤 트릭 샷은 단 한 번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럼 메시지는 바뀐다. 노력보다도 운빨이 최고다! 오, 이런.
사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이게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군이 생기면서 더 안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른 바 업자들이 꼈다. 예전에는 개인 또는 아는 사람끼리 순수하게 '놀이'로서 올리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나도 별 생각없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가볍게 보던 영상도 이제는 이 촬영에 몇 명이 고생했고, 어떻게 기획되었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순수한 눈으로 보기는 힘들어졌다. 재미가 없어진 것도 덤이겠다.
나는 숏폼 영상을 즐겨보지만 별로 눈길이 안 가는 영상은 아무래도 댄스 영상이다. 댄스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애초에 웃긴 영상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한 때 '제로투 챌린지'나 '코카인 챌린지' 등이 유행했을 때도 섹시하게 추는 사람보다도 웃기게 패러디한 영상에 더 관심이 갔다.
그렇다고 성상품화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우리의 자유니까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춤 역시 인류 역사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리고 여러 형태로 존재해 온 문화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춤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해 왔고,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필요하다.
내가 빵디빵디 영상에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오히려 유행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 문제인 것 같다. 애초에 요즘 유행하는 영화를 몇 개월 뒤에나 보는 나같은 사람은 불같이 활활 타오로는 요즘 유행에 뒤쳐지고 굳이 따라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다 똑같아보인다.
그럼에도 문제를 지적하자면 메시지는 없이 춤만 추는 영상이 대부분이라 이게 정말 챌린지라고 부를 만한가 라는 용어 선택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겠다.
그냥 춤추고 싶은 거잖아. 그걸 '도전'이라 부를 것까지야. 거창하다.
그리고 너무 많다. 예전에 지나가며 뉴스를 보니 중국에 틱톡커들이 자주 찾는 길이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거치해 놓고 빵디빵디 춤을 추는 것이다. 자리도 빽빽해서 무슨 도떼기시장 느낌마저 들었다.
요즘 청소년들도 틱톡커가 되는 것에 열광하는 모양이다. 외국에서는 간혹 우연히 올린 틱톡에 유명인이 팔로우를 해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신분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현대판 장원급제인 셈이다. 아이들이 모두 이런 신종 등용문을 노리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혹여 또 모른다. 이제는 빵셔틀이 아니라 찍셔틀이 되어 잘나가는 애들이 춤을 출 때 화면 밖에서 "다시 찍을까? 아, 이렇게? 나 이제 학원갈 시간인.... 아, 알았어."이러는 애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괜한 상상을 해 봤다.
아무튼 이렇게 유행하는 챌린지가 어느 호시절 잘 정착했던 놀이로 끝나기를 바란다. 놀이로써만 끝나고 사그라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행이 끝날 때쯤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그게 챌린지였다고? 아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