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몰랐던 남의 나라 가서 사는 느낌이란
당연하죠. 또 가고'야' 싶죠.
가고야 싶다. 가고는 싶다.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외국도 그 나름이겠지만 한 번 지내 본 태국, 치앙마이라면 자신이 있다 못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기도 한다. 쥐꼬리만큼한 월급만 뇌 속에서 파낸다면....
드라마나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외국 나갈 때 작정을 하고 나가더라. 장기로 머물 숙소, 일자리, 국내에서의 자동이체 관리, 비행기표와 그 나라에 대한 공부 등. 반면에 나란 놈은,
"므헤헤헤.... 거기가 어디에용? 재미있겠네여 으헤헿."
정말 출국 얼마 전까지 군대가는 20대초 애송이마냥 송별회만 다녔다. 물론 불러서 간 거였지만. 남들보다 촉박하게 준비하다 보니 다녀와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자동이체 몇만 원 때문에 신용등급이 팍 깎인 것은 인생 공부렸다.
현실적인 것에 대한 사고가 부족한 대학원 막 졸업한 뉴비가 고작 생각해 낸 것은 '태국어 첫걸음'같은 책을 하나 사서 태국어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한두 번 언급한 것 같은데, 언어를 가르치는 것을 잘한다고 해서 언어 공부까지 잘하지는 않는다. 둘 다 잘한다면, 그건 마치 RPG 게임에서 마법쓰라고 준 완드를 몽둥이처럼 몬스터를 후들겨 패는 물리형(?) 마법사와 다름 없는 사기 캐릭터일 것이다.
태국어 자모음 76자의 70% 정도를 수박 겉핥기로 외우고, 기본 인사인 '안녕하세요'도 입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밟은 낯선 땅은, 그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가서 그런지 '모험' 그 자체였다. 기존에 박혀 있던 상식을 처음부터 새로 쌓는 그야말로 아기인 상태에서 그 나라 사회를 배워갔다. 그러기에 긍정적인 의미든 부정적인 의미든 '새로 태어난 느낌'으로 접한 타지 생활.
정말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나라라서 매우 인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의사소통이 조금이나마 되는 영어권이나 일본쪽이었다면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같은 곳에서 해외 생활을 하더라도 언어 1도 모르고 배경지식 1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요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이세계 생활' 그 자체일 것이다.
좋은 것은 두 배로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고, 안 좋은 것은 몇 배 이상 공포로 다가온다. 그냥 동네 펍에서 모르는 사람과 맥주를 한잔 기울여도 세계가 하나되는 듯한 글로벌 뽕이 차오르기도 하지만, 해가 진 후에 모르는 골목에서 들개 서너 마리가 사납게 짖어대며 쫓아올 때는 지옥의 마견이 쫓아오는 것만 같은 공포에 휩싸인다. 하다못해 감기에 걸려도 체류 초반이라면 혹시나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조마조마해가면서 아파한다.
그래도 모험은 재미있다.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울 때 1~2년 정도는 더 갔다 오고 싶은 마음은 있다. 지금이야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못하고는 있지만 늘 소년 같은 설레는 마음을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