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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추운 날이었어요. 눈이 쌓여 그대로 얼어버리던 그런 날이었죠. 슈퍼에 다녀오는 길, 바닥에 대가리를 푹 박고 있는 비둘기를 보았어요. 눈이 녹으면서 얼어붙은 자리에서.
헉, 저걸 어떻게 빼주지?
내 손으로 저 작은 대가리를 살살 만지면 빠지려나?
내가 도와주려는데 비둘기가 놀라서 퍼덕거리다 부리가 뚝 떨어져 나가면 어쩌지???
크지도 않은 심장이 콩딱거리더군요.
그렇게 천천히 다가갔죠. 그런데... 비둘기가 갑자기 대가리를 쑥 들어 올리며 주둥이를 찹찹거리더라고요.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도대체 어떻게 얼음에서 빠져나왔나 싶어 가까이 가보니 얼음 중간이 조금 녹아 있더라고요. 비둘기는 물을 마시느라 대가리를 바닥에 푹 숙이고 있었던 건데 그게 주변 얼음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순간, 마음이 푹 놓이면서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바닥에 얼음이 급속으로 어는 것도 아닌데 나는 대체 왜 비둘기 대가리가 거기 처박혔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싶어서.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