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먼저 피는 꽃이 있다. 하얀 목련꽃이다. 긴 겨울을 뚫고 나무의 맨 꼭대기에 송이송이 피어난 커다란 꽃잎은 어쩐지 기품 있고 화사하다. 마치 나무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펼치는 것처럼, 반듯하고 단정하다. 나는, 목련꽃이 땅에 떨어졌을 때의 모습이 정말 싫었다. 하얀 꽃잎은 어느새 갈색으로 물들고, 숨이 꺾인 채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심히 밟고 가면 더욱 흉측해졌다. 나는 목련잎을 피해 걸었고, 목련이 지는 봄날엔 꼭 기분이 울적해졌다.
일곱 살 봄이었을 것이다. 그 해는 친할머니가 환갑을 맞이한 해였다. 어른들은 말하길, 할머니가 ‘풍을 맞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짚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17평짜리,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 있는 주공아파트. 검은 머리카락 하나 없이 새하얀 백발의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어느 날, 나는 하교 후 집에 도착했지만 열쇠를 잃어버렸다. 할머니가 집에 계셨으니,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문제는, 소변이 너무 급했다는 것.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현관까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그날, 결국 집 문 앞에서 바지를 적셨다.
그 후로, 조금 더 크고 난 뒤엔, 1층 우리 집의 베란다를 타고 들어가기도 했다. 할머니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보다, 스스로 들어가는 쪽을 택했다.
또 다른 봄날이었다. 할머니는 아파트 노인정에 다녀오는 길에 해질 무렵 다시 쓰러지셨다. 그리고는 지팡이도 더 이상 짚을 수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네 발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이 같았다. 하지만 어른이 아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예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엄마는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집 안 곳곳에 떨어진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을 싫어했다. 나는 그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진 목련꽃잎 같다고 생각했다. 피고 나면 곧 지고, 지고 나면 밟히는 것. 꽃이건 머리카락이건, 바닥에 떨어진 것들은 흉하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나는 할머니의 기저귀를 버리는 일을 맡게 되었다. 우리 집은 항상 할머니의 냄새로 가득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노인의 냄새는 역했다. 나는 그 냄새를 성장기 내내 맡으며 자랐다.
목련꽃이 땅에 떨어지면 나는 할머니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