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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Kurts Nov 25. 2020

내색하고 싶지 않아 적는 아무 글

너는 어느 순간 내 옆에서 숨을 쉬고 있었어

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펜을 돌리며 이쪽저쪽 방향으로 돌린다. 이따금씩 생각한 방향보다 더 잘 놀리면 감탄을 머금었다가 떨어지면 실망하곤 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인생도 그렇다. 잘 풀리고 좋은 방향으로 가면 상승하게 되어있고 반대의 상황에서는 끝 모를 구렁텅이로 빠지기 일쑤다.


살다 보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평소에 활발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가두어 둔 마음의 감옥에 갇혀버리면 그 감옥을 탈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스스로 감옥을 탈출하려 애쓰고 발버둥 치지만, 마음이 약해져 있는 날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고독하다. 평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도 친화력이 좋아서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이따금씩 누굴 만나도 허전하고 뭔가 한 가지고 강하게 빠져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주말이면 밖에 나가 친구도 만나고 여유도 즐겨야 하지만, 어느덧 마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여유 때문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서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길을 찾으려 이정표를 뒤지고 지도를 살피며 서성인다. 그러다가 어두컴컴해진 길이 밤을 뒤덮기 시작하면 어느덧 무서움에 뒷걸음질 친다. 나도 모르게 다가온 두려움이 다리가 후들거려 한 발자국도 앞서서 걷질 못한다. 눈만 꿈뻑이다 보면 어느덧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이 감싸고 있다. 온통 시커메진 어둠은 두려움을 잡아 삼켜먹는다.


숨을 헐떡이다 주변을 둘러본다. 가파른 숨을 내쉬다 보니 정신없이 내달렸다.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하니 뒤가 보이지 않아 웅얼거리는 소리를 등한시한 채 한없이 뛰기 시작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기 시작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시작한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휘감기 시작하고 쌀쌀한 공기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살결이 차갑게 얼어버렸다.


혼자서 외롭지 않았다. 되려 혼자라서 외로움을 토로하는 사람의 곁에서 토닥인다. 정작 스스로의 외로움을 돌보지 못한 채 다가오기 시작한 마음의 짐이 한 곂 더 두껍게 쌓아 올라간다. 스스로 애써 괜찮다며 힘들지 않다며 위로하며 마음을 내놓는다. 낯선 숲에 내버려진 아이처럼 마음이 고독하지만 애써 그 마음을 덮는다. 이 정도 외로움이야, 괴로움이야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 애써 고개를 젓는다.


그저 웃는다. 그저 내색하고 싶지 않아 웃는다.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듯 겉으로는 웃고 또 웃는다. 마음이 운다. 하염없이 얇게 늘어진 마음의 벽이 점점 얇아진다. 아무도 갖지 않는 무관심이 곂에 곂을 더해 어느덧 투명한 벽을 이루고 그 벽은 어느덧 마음의 벽을 덮는다.


인간관계를 두고 거리를 잰다.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인지, 내가 다가가도 좋은 사람인지 마음의 거리를 둔다. 그 거리는 참 가볍지 않아서 어느 순간 잰걸음을 두게 만들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만든다. 이따금씩 다가온 한 발자국은 용기를 내야만 하고, 지레 겁먹어서 두 발자국을 뒤로 주춤한다. 나도 모르게 사회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조금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지 겁을 먹는다.


속앓이를 한다. 아니, 원 없이 내색도 해본다. 내가 아니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목청껏 수놓아 읊는다. 아무도 듣지 않는 내색을 두고 스스로가 밉다. 스스로가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싫다. 속으로 울고, 겉으로 두 번 울어서 마음은 어느새 뜨거운 온천을 지나 차갑게 식어버린 폭포와도 같다. 내가 괜찮다 좋다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애써 무시했던 그 일들이 이젠 아무렇지 않다.


무미건조하다. 눈빛엔 생기를 잃고 힘을 잃었다. 용기가 나지 않아 서성이지 조차 못한 채 방황을 한다. 눈을 찌푸리며 눈을 매섭게 떠보지만 힘이 없다. 그 힘은 어느덧 용기와도 같다. 찌푸릴 힘조차, 용기조차 없어진 채 고개를 푹 엎드려며 눈을 꿈뻑인다. 땅을 바라보며 의지를 잃고 고개를 숙인다. 맞다. 나는 어느덧 길 잃은 작은 아이처럼,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눈을 뜨고 안식처를 찾는다.






정신없이 울다 눈을 뜬다. 눈물이 굳어 끈적해진 눈을 억지로 비비며 눈을 뜨자 볕이 든다. 화창하게 빛나는 빛이 든다. 눈 가득히 들어오는 빛나는 빛줄기 때문에 손으로 눈을 가리다 한참이 지나니 겨우 앞을 볼 수 있다. 소리를 질러 내 위치를 알린다. 목청껏 울며 외쳐본다. 나의 목소리가, 그대에게 닿을 때까지 내 이야기의 진심이 그대의 마음속 깊숙이 닿을 때까지.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기분 좋은 향기가 콧등을 감싸고 눈물을 닦아준다.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대의 향기가 안정적이고, 나를 감싸주는 그 느낌에 평온을 되찾는다. 어느덧 하염없이 외치던 내 목소리는 점점 그 소리가 작아지고 그 편안함에 눈을 살포기 감는다. 손을 뻗어 그대의 손을 힘껏 잡는다.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지만 그래도 그대의 손을 더 힘껏 잡고 놓지 않으려 애쓴다.


흐린 시야 앞 그대가 보인다.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대의 얼굴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그대도 나를 보며 웃어준다. 고독함에 젖어 외로움이 짙어지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순간 탄생의 빛을 보고 세상을 만났다. 그대의 얼굴을 보며 활짝 웃게 됐고 나의 미소를 보며 그대의 행복감은 두배가 되어 새 삶을 이끌 힘을 지탱했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내색하고 싶지 않아 아무거나 적는 적적한 하루를 담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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