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나 자신의 이야기 12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달의 병가도 어느덧 끝나간다. 회사 복귀까지 보름 가량 남았다. 반 달 후면 예전처럼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게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면서 차를 몰고 가서, 주차한 후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사무실 문을 들어서면서 직원들에게 인사를 할 것이다.
병가 기간 동안 읽었던 수기에서는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울증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아마도 내 경우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나는 이미 평생을 그렇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지나칠 정도로 확신했고, 그 기대에 어떻게든 부응하려고 아둥바둥 애를 썼었다. 그게 과거의 나였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제는 나라는 존재가 직장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까 좀 내려놓고 마음 편히 있어도 된다고, 좀 더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자꾸만 되뇌이려고 한다. 물론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겠지만 무리해서 그 이상까지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꼬박꼬박 쉴 생각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멋있는' 부서장이 되고 싶었다. 직원들의 일을 앞장서 해결해 주고 뒤에서 받쳐 주면서 부서 전체를 잘 운영하는 그런 부서장이 되려고 했다. 그건 나의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아니. 욕심은 아닐 것이다. 멋있는 부서장은 여전히 나의 목표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조급해하고 초조해하는 사람은 멋있을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나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조급하고 초조했다. 타인의 시선에 그런 나는 정말이지 불안해 보였으리라.
그래서 이제는 여유를 가지려 한다. 일에서 조금은 물러서려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는 말고, 딱 반 발짝 정도만. 일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되 일을 너무 놔버리지도 않는 적당한 그 지점을 찾아서 서 있으려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의 성향은 사십 년 이상이나 되는 장구한 세월 동안 내 마음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상태다. 그런 내 심리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한다, 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것을 내 의무로 삼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