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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디버그 Mar 03. 2024

또다시 시작된 'S' 공포…그녀는 분유와 권태기 중

4번째 원더윅스 시작과 함께 시작된 분유정체기

육아휴직을 결심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글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가’였다. 글로 먹고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탓에 6개월이라는 기간동안 글을 쓰지 않는 건 사실상 경력의 퇴보와 같다. 고민 끝에 초보아빠의 육아기인 ‘하이, 육아’를 연재하기로 했다. 그간 나름 꾸준히 연재를 잘해왔지만, 지난 3주간 일어난 아이의 변화는 도저히 글을 쓸 여력이 나지 않을 정도로 컸다.


4번째 원더윅스(Wonderweeks)에 접어들며 엄청나게 보채기 시작해 하루종일 놀아줘야 하는 것에서부터 가장 어려운 건 분유량이 급격히 준 거다. 안 그래도 개월수 대비 작은 아이인데 분유까지 안 먹으니 피가 말라갔다. 3주간 고군분투한 결과 어느정도 현재는 분유량이 회복됐다. 분유정체기를 해결하고자 많은 정보를 찾아보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엄마아빠가 많은 것 같다는 걸 알게됐다. 원더윅스와 분유정체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마녀의 시간’…아이 보채기에 탈진


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육아의 난이도가 적은 편인 것 같다. 아이가 보채는 건 딱 세 가지다.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심심하거나. 그러니 보챌 때 대처도 쉬운 편이다. 한 번은 아이가 똥을 쌌는데 울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1시간 뒤에 치워준 적도 있다.(그 이후로 아이 기저귀에 코를 대고 냄새를 자주 맡고 있다.) 그정도로 난 생후 50일부터 약 100일간 ‘행복 육아’를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146일쯤부터 아이가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전과 마찬가지로 생글생글 잘 웃고 컨디션이 좋다가도 오후 3시부터 엄청나게 보채기 시작한 것이다. 달력을 보니 원더윅스 때였다. 이때는 그 어떤 장난감과 놀아주는 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땅에 눕히면 냅다 뒤집어버리는 데 용을 쓰면서 울곤 한다. 추정컨데 자신은 앞으로 가고 싶어 애쓰는데 가지 못해 짜증을 부리는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울며 보채는 게 해결되지 않으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처음으로 아내에게 전화해서 제발 빨리 퇴근해달라고 했다. 이례적인 요청에 아내는 일을 마치자마자 이른바 ‘칼퇴’를 했다.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는 저녁 7시부터 잠이 들어 다음 날 오전에 일어났다.


아이가 보채는 게 길어지면서 아직 날이 춥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나가야겠단 결단을 내렸다. 4번째 원더윅스 기간은 아이의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라 울며 보채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면 좋다는 내용을 접하면서다. 이후로 날씨가 춥다고 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오후 4~5시부터 1시간가량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고 있다. 집에 도착하면 1시간 놀아주고, 씻긴 뒤, 30분 놀아주고 수유하면 딱 잠에 든다. 보채는 건 여전하지만 강도가 확 줄었고, 나 역시 육아 스트레스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분유와 멀어진 아이…하루 900ml 먹던 아이가 500ml 먹다


원더윅스 기간을 더 힘들 게 만든 건 이른바 아이의 ‘분태기’(분유+권태기를 합친 말)다. 분태기란 아이가 성장정체기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분유를 거부하거나, 양이 급격히 주는 걸 말한다. 분태기 전까지 아이의 수유량은 800~900ml에 달했다. 하지만 분태기에 접어들면서 그 양은 500~600ml로 줄었다. 한 번에 170ml는 기본으로 먹던 아이가 적게는 60ml, 많게는 130ml밖에 먹지 않았다.


원더윅스와 분태기의 ‘콜라보’(Collaboration)는 ‘대환장의 파티’ 그 자체였다. 한 번에 먹는 양이 적으니 아이는 금방 배가 고프다고 운다. 아이의 평균 수유량은 3시간이었는데 분태기가 오면서 길면 2시간, 짧으면 40분 만에 밥을 달라고 울었다. 문제는 그렇게 서럽게 우는데도 막상 먹이면 엄청 조금 먹는다는 거다. 보채는 것과 배고픔이 더해져 1시간마다 울고 보채기도 했다. 아울러 수유 횟수가 늘어나니 젖병 세척의 양도 어마어마하게 느는 등 집안일의 강도도 올라갔다.


여기에 2차 영유아 검진을 갔는데 이번에도 아이의 몸무게가 작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뒤에서 10등. 다시금 ‘S(Small)의 공포’가 시작됐다. 그날 이후로 아이가 분유를 적게 먹으면 나도 모르게 화가났다. ‘대체 왜 이럴까. 왜 안 먹을까’하면서 혼자 화를 식히는 일이 많아졌고, 아이와 놀 때 자연스레 말도 없어졌다. 혹여 우리 아이의 발달이 늦는 건 아닐까, 어디 아픈 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인한 우울감은 덤이었다.


아이의 분태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걸 시도했다. 먼저 자주 사용하는 젖병을 바꿨다. 우리 아이는 그동안 입이 작아서 그린맘 슬림 젖꼭지를 주로 사용했는데, 오히려 와이드형 젖꼭지를 더 잘 먹는 것을 발견했다. 주력 젖병을 그린맘에서 와이드형인 모윰과 마더케이로 바꿨다. 다음은 분유의 온도를 높였다. 아이가 식은 분유의 비린 맛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잘 먹다가 시간이 지나 식은 분유를 안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분유자동제조기의 설정 온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렸다. 이후 수유량이 평균 130ml로 늘었다.


또 우리 아이는 잘 먹다가도 소리가 나거나 누군가 지나가면 꼭 쳐다본다. 고개를 확 꺾어서 분유를 먹일 수도 없게 하는데, 아마 4번째 원더윅스가 오면서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수유 자리를 거실에서 아무것도 없는 작은방으로 옮겼다. 초반에는 옮긴 수유 장소가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이제는 수유에만 집중해서 잘 먹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는 평균 수유량이 다시 700~800ml로 늘었다. 최근에는 1회 수유량이 200ml가 된 적도 있다.


원더윅스 때마다 아이도 나도 힘들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신기하리만큼 자라있다. 지난 원더윅스를 지나고 나서는 물건을 보여주면 손을 뻗을 수 있게 되었고, 배밀이 시도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힘들다 한탄하지만 아이가 배밀이를 성공한다면 힘들었던 것들은 다 잊고 세상 기쁜 표정으로 아이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을 내가 선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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