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박 3일의 캠프에 참석했다. 비욘드라이프플랜캠프. 중장년이 모여 강연을 듣고, 서로 토론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희망을 그리는 캠프였다.사실 참석을 망설이긴 했다.공고문을 보기 전까지중장년청춘문화공간 기관(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운영)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백 명중장년참가자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고 강연과 토론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니 내용도 알차 보이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가를 결심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은 살며 굳어진 경직된 사고와 내 생각만이 옳다는 독선을 버리려 노력하는 나에게 중요하다. 이번 캠프에서 강연을 들으며 내 것으로 만들고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캠프 진행을 긍정의 생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결과 2박 3일 동안 실제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캠프 당일 11시 강당에 모인 참가자들을 보니 다들 표정이 밝다. 다양한 옷차림만큼이나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여성 참가자들이 훨씬 많다. 중장년의 고민을 남성의 문제로만 알고 있던 나의 편견을 깨는 순간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나는 캠프의 다양성만큼이나 참가자들이 찾을 꿈과 희망의 스펙트럼 또한 넓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과 함께 삼행시를 지어 대형보드판에 붙이는 작업을 십 분도 안 되어 모든 참가자들이 붙이는 걸 보니 이틀간의 열기를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네 명의 방에 배정되었다. 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며 배려하였다. 온돌방의 온기가 마음과 마음에 교감되는 시간이었다. 경기도 수지에서 온 참가자는 이번 캠프에서 강연과 토론에서 느꼈던 것보다 방에서 함께 나눈 대화가 자기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는 글을 캠프가 끝나고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알차고 재밌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중장년의 미래 설계에 대해 도움이 되는 실제적인 내용도 좋았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와인 테이스팅이나 재즈로 떠난 세계여행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니었다. 중장년에 대한 배려가 묻어 나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 구성에 참가자들은 매우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지만 이번 캠프는 혼자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느끼고 또 함께 토론하고 그리고 숙소 등 그 외의 공간에서 누군가와 얘기 나누고 공감하는 그런 것들은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고 그 과정을 글로 쓰는 일상(루틴)이 필요하다는 강사의 말에 공감했다. 메인 진행자가 작가여서 그런지 말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었고 말속에 은유의 전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글쓰기의 압권은 은희경 작가의 ‘책을 가까이하는 삶’ 강연이었다. 그녀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말할 때 남성 여성, 가부장 등의 우리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해 말하면서 표출되는 분노의 눈빛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비교적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분노는 마치 나를 향하는 것 같았고 내가 걸어온 인생을 질타하는 듯했다. 그녀는 나에게 매일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캠프에 불순한(?) 동기를 갖고 참가했다. 마라톤을 즐겨하는 나는 어디를 가던 아침을 마라톤으로 시작한다. 이른 아침 주변을 달리며 눈으로 자연을 담는 것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큰 행복이다. 내가 참가를 망설일 때 마곡사는 나에게 참가를 유혹하고 있었다. 캠프 인근에 마곡사가 있다.
공주 마곡사
나는 캠프 이틀 동안 이른 아침에 마곡사를 끼고 10km를 달렸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숙소를 빠져나와 마곡사를 지나 마곡초등학교와 화전들까지 5km를 달린 후 되돌아 달리면 서서히 어둠이 걷혔다. 마곡사 경내에 도착하여 오층석탑 앞 약수로 목을 축이고 연수원을 향해 달리다 보면 태화산 너머에 붉은 태양의 기운이 비쳤다. 이틀간 어두운 아침을 달리며 캠프에서 느꼈던 것들,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며 달렸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내딛는 두발에 나의 과거를,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를 담고 달렸다. 마곡사를 끼고도는 자연의 섭리는 나에게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깨달으라고 했다. 마곡사로의 아침 달리기는 캠프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성을 정리하는 시간이었고 인생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캠프 참가의 덤으로 마곡사의 아침을 달리며 나는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달리며 행복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