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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열 Jun 20. 2022

강원특별자치도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2권(1994)에서 강원도에 대해 이렇게 썼다.


“강원도에 대한 타도 사람들의 인상이란 대개 여름날 동해바다의 해수욕장과 관동팔경의 수려한 경관, 소양강과 소양호로 어우러지는 호반의 정취, 가을날 오색단풍으로 물든 설악산의 화려함과 녹갈색 단일톤의 장중한 오대산, 겨울날이라면 양구·인제·원통에서 군생활을 보내야 했던 사람은 그 끔찍스런 추위를 생각하고, 팔자가 거기까지 닿은 사람이라면 대관령 용평스키장 따위를 먼저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내남없이 강원도를 말할 때는 자기가 경험한, 정확히는 감성적 소비의 대상으로 되었던 추억으로서 강원도를 말한다. 여타의 지방을 말할 때면 거기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이 이룬 향토문화를 먼저 말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것이다.”


강원도는 152만명의 도민을 제외한 국민 모두에게 대상화(對象化)된 공간이다. 강원도는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하며,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잊힌다. 정작 도민들은 군사 안보, 상수원 보호 등 이중 삼중의 규제로 희생을 강요받아 왔고, 지역의 발전은 더뎌 한국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강원도의 면적은 국토의 16.8%에 달하지만, 인구 비중은 3%, 지역내총생산 비중은 2.5%에 그친다. 이에 대해 유홍준은 “그것은 마치도 우리가 이목구비와 팔다리로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금 내 뱃속에서 끊임없는 삭임질과 대동맥의 맥박이 뛰고 있음을 잊고 사는 것과 비슷한 형상이다”라고 했다.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달 29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자치도의 설치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두 번째이며, 지자체가 고도의 특별자치권을 얻은 것은 세종특별자치시까지 포함해 세 번째다. 이로써, 강원도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 내년 6월 시행되는 특별법안은 강원도의 지역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항들이 포함됐다. 행·재정적 특별 지원, 각종 시책사업 우선 배정,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별도 계정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안의 내용이 원론적인 데 그치고 각종 특례규정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알맹이는 통째로 사라진 빈 껍데기뿐인 법안”이라며 “제주특별자치도 제정 법안과 비교해 보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시 특별법은 조문이 363개였던 반면, 이번 특별법안의 조문은 23개에 불과하다. 국회가 선거 직전,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며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앞으로 정치권은 강원도민의 ‘민생’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하는 관점에서 법안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탄생이 자치분권의 새로운 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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