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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01. 아이유 '팔레트' 앨범 리뷰

by 고로


아이유(IU, 이지은, 구 효리네 민박 직원, 25살)의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3집 [Modern Times] 때부터입니다. 평소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기에 앨범 타이틀부터 눈에 쏙 들어왔으며, 그에 걸맞은 앨범 아트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까지 콘셉트 하나하나가 맘에 들었습니다. (물론 그전부터 '나만 몰랐던 이야기' 나 'Voice mail'과 같은 수록곡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아이유의 음악에 대해 아이유의 이야기에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아이유가 그린 그림 [Palette]

이후 여러 개의 미니앨범, 이슈되었던 [CHAT-SHIRE]를 지나 드디어 정규 4집 [Palette]가 발매됐습니다. 듣자마자 마음이 어찌나 쿵쾅 거리는지, 선공개된 '밤편지' 이상으로 대부분의 수록곡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스물다섯 살인 그녀가 생각하는 고민과 문제들이 이십 대의 끝을 향해가고 있는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기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고마운 것은 음악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이었습니다. 항상 아이유의 음악을 들으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본인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수록곡마다 자신만의 색을 담은 정말 팔레트 같은 앨범이었습니다.


<Track list>

01. 이 지금

02. 팔레트 (feat. G-dragon)

03. 이런 엔딩

04. 사랑이 잘 (feat. 오혁)

05. 잼잼

06. Black Out

07. 마침표

08. 밤편지

09. 그렇게 사랑은

10. 이름에게


무채색부터 원색까지 색색이 그려진 앨범에서 유난히 제 마음을 두드렸던 트랙은 '이런 엔딩'과 '이름에게'였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와 그에 어울리는 가사,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두 곡이 가장 조화롭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이런 엔딩'은 도입부의 피아노 소리부터 후반 스트링까지 아이유의 목소리가 스며들다가도 감정이 고조되는 그 선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이름에게'라는 곡도 분위기는 '이런 엔딩'과 유사하지만 가사가 정말 와 닿았어요. 이름이 있는 모두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더라고요.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영원히 사라진 네 소원을 알아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 아이유 '이름에게'-



아이유 앨범과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브런치에서 새롭게 앨범 리뷰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은 '공감을 강요하지 말자'였어요. 특정한 앨범과 수록곡을 제 기준으로 추천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앨범도 하나의 창작물인 만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새롭게 작성하는 앨범 리뷰는 '감상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연장선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해요.


다시 아이유의 '팔레트'로 돌아와서, 본인의 여러 모습들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 앨범 같아요. 다양함을 표현할 때 다면체나 무지개를 떠올리듯이 아이유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깔이나 방향성을 '팔레트'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이미지를 시각화시킨 콘셉트가 이상적이었고요. '마쉬멜로우'에서 '밤편지'까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았을 이지은의 이 지금. 스무 살부터 '뚜렷해지자'라는 슬로건으로 길을 찾는 중인 저에게도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앨범이었습니다.


글·그림 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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