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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톱을 먹은 쥐 Jun 08. 2021

머리말

머리말은 책의 머리입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어떤 책 머리말에는 작가가 타이핑하는 일러스트와 함께 이 글이 쓰여있었습니다. 첫 글자인 '머'만 세 배 정도 큰 폰트로 두 줄을 차지하고 있었고 '머리말은 책의 머리입니다' 라면서 보통 잘 읽지도 않는 머리말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머리말을 기억하는 것은 좋아하는 책은 반복해서 보는데다가 머리말, 맺음말은 물론 책 날개에 적힌 추천사까지 읽던 버릇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다독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하나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애서와 다독이 글쓰기를 쉽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쓰려는 것은 위기감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라고 생각하게 된 원인은 과정의 불합리함보다는 결과의 부재함 때문일 것입니다. 십 년째 쇠지팡이를 들고 다니면서 도토리를 심었는데 숲은 커녕 새싹 하나도 본 기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햇볕과 빗방울로 새싹이 틔워지지 않으니 나무토막을 깎아서 밤나무의 형상을 빚어내려는 시도입니다. 10년이 되었을 때 뭐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어요?

한 가지 십 년 정도 했으면 이제 때려치워도 돼. - 케일 헤니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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