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원 선생님 이야기 : 12

일 년을 마무리하며

by 부지런한개미쌤

기말고사가 끝났다.

끝났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예비 고1들이 밀려 들어오고, 기존 고1·고2들의 시험 분석과 성적 보고서를 쓰느라 연말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가 되면 학원가에는 늘 조용한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 누군가는 시험을 망쳤다며 떠나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다음 장을 들춘다. 말보다 샤프가 먼저 움직이는 계절이다.


방학을 앞두면 오히려 더 바빠진다.

독서, 문학, 문법. 제 각각 진도가 다 다른데 학생이 어떤 지문을 들고 와도 “그건 다음에 보자”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 나는 계속 읽고 정리하고 다시 확인한다.


내게 방학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지문을 미리 맞춰보는 시간’에 가깝다. 요즘 글을 잘 못 쓴 이유를 굳이 변명하자면, 공부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내신 대비 기간보다 이상하게 더 바쁘다.


오늘은 메리크리스마스다. 오후에 아웃렛 가서 아이 선물도 사주고 맛있는 고기를 사 먹고 들어왔지만 오전이 조금 바빴다. 아무래도 육아 때문이 집에서 처리할 수 없는 일 생각에 걱정이 좀 되길래 아이를 시부모님께 맡기고 잠깐 학원에 들러 성적 보고서를 썼다.


점심쯤 원장님께 보내드리자 돌아온 답장은 간단했다.

“;; 쉬는 날은 쉬시지..”

당황하셨는지 땀을 뿌리시며 쉬라고 하신다.


쉬지 못하는 이유는 어린이집 방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통 방학. 아득한 시간...

남편과 나의 출퇴근 시간이 꽤 다르기에 돌볼 수 있는 일정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버티는 걸까.


지난번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를 옮아왔을 때는, 시부모님께 맡기고 지인들에게 부탁하며 며칠을 버텼다. 결국 하루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남편이 예상보다 일찍 와서 아이를 데려가는 바람에, 원장님은 아이 얼굴도 못 봤다며 아쉬워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걱정하던 ‘프로답지 못함’보다 이 공간이 나라는 사람, 그리고 내 아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게 됐다.


사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라서 ’ 프로답지 못해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여전히 따라다닌다.

다행히도 주말은 온전히 쉬고, 이런 사정도 이해해 주는 분위기다. 업무에만 지장이 없게 하자!

안도와 불안이 반반쯤 섞인 상태로 연말을 지나고 있다.


워킹맘.

그리고 학원 국어 선생님.

둘 중 하나만 잘하기에는 욕심이 많고, 둘 다 완벽하게 하기에는 여전히 서툴다.

그래도 올해의 나는, 두 역할 사이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그 정도면,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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